[한상숙기자] 10년 전이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에 물에 뛰어들어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했다.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실격의 충격에 눈물을 쏟아버린 중학생 박태환은 4년 뒤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천식 치료를 위해 시작한 수영이 박태환의 인생을 바꿔놨다. 그리고 박태환은 대한민국의 수영 영웅이 돼 역사를 새로 썼다.
박태환, 정상에 서다
아테네올림픽 실격은 값진 성장통이었다. 2006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1천5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m와 400m에서는 1분47초51, 3분45초72를 기록, 아시아기록을 갈아치웠다.
박태환은 이후 첫 경험한 아시안게임이었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천500m를 석권하며 1982년 뉴델리 대회 최윤희 이후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은 이 대회에서 단체전까지 총 7개의 메달을 목에 걸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박태환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였다. 2년 뒤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세계를 제패했다.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그동안 서양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남자 자유형에서 수영 변방의 동양인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이 종목 시상대에 올랐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자유형 100m, 200m, 400m에서 우승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단체전이 아닌 개인 종목에서 2회 연속 3관왕을 이룬 선수는 박태환이 처음이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박태환은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홀로 선 국민 영웅
실패를 몰랐던 박태환은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제대로 쓴맛을 봤다. 400m 2연패를 꿈꾸며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그는 200m와 400m, 1천500m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400m에서는 예선 12위에 그쳤고, 200m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천500m에서는 9위에 그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아쉬움은 이어졌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 출발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4시간 뒤 판정 번복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으나 신체 리듬은 망가진 후였다. 역경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지만 억울함은 감출 수 없었다.
어렵게 평정심을 찾은 박태환은 이후 자유형 200m에서 야닉 아넬(프랑스)에 이어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쑨양(중국)이 박태환과 같은 기록으로 함께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자유형 200m에서, 그것도 부정 출발 실격 이후 치른 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이후 후원사가 재계약을 포기해 박태환은 힘겨운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런던올림픽까지 박태환의 '손과 발'이 됐었던 전담팀은 올림픽 후 해체됐다. 박태환은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한 스타 강사는 박태환의 스폰서로 나서 2년간 총액 1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지난 9월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 메달리스트 공식 인터뷰 때 쑨양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후원해준 스폰서 361에 감사드린다"는 쑨양의 인사를 듣고서다. 박태환의 성적이 내림세를 보이자 더 이상 스폰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의 수영 영웅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홀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다시 물살 가른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박태환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였다. 그러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대회에 총 7개 종목 출전해 은메달 1개(자유형 100m), 동메달 5개(자유형 200m·400m,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를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3회 연속 출전해 총 20개의 메달을 따내며 역대 한국 선수 중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으나 쑨양, 하기노 고스케(일본)에 밀려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의미있는 기록에 크게 웃지도, 금메달을 못땄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홈에서 열린 대회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박태환은 "일단 잠을 푹 자고 싶다. 이후 전국체전을 대비해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또 다른 목표를 밝혔다.
박태환은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다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연일 금메달 소식이 쏟아지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다시 일어선 박태환은 2년 뒤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마지막 승부를 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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