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달 26일 전남 드래곤즈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봤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3-3 무승부에 그친 전남은 리그 7위로 순위가 매겨졌다. 6위까지 주어지는 상위 스플릿 진출을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로 가지고 전진했던 전남은 아쉬움 속에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다.
전남으로서는 억울할 만했다. 논란이 된 오심으로 승점을 잃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 주축 선수 3명을 보내 전력 약화로 하락세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만 없었어도 상위 스플릿 진출은 가능했을 터, 전남은 억울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이 좌절된 지 6일이 지났다. 전남은 어떤 분위기, 어떤 모습일까. 아직까지 분노에 휩싸여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희망을 찾아 다시 전진하고 있을까. 하석주 감독과 전남 선수들은 아쉬움을 털고 새로운 희망을 쫓고 있었다.
1일 성남FC와의 하위 스플릿 첫 경기가 열린 광양전용구장에서 만난 하석주 감독은 담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분노는 이미 삭혔다. 분노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동기부여를 찾아 나섰다.
하 감독은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이다. 살 떨리는 강등 경쟁도 없다. 앞으로 다 져도 강등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과 팬들을 위해 뛰라고 했다. 개인 기록이 높으면 연봉 협상에서 유리하니 포인트를 올리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예의를 지키라고 했다"며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테보와 이종호가 10골로 득점 공동 3위다. 현영민이 도움 7개로 도움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전남의 선수들이 공격 포인트 부분에서 이렇게 상위에 랭크된 것도 오랜만이다. 하 감독은 스테보와 이종호가 득점왕에 도전하도록, 또 현영민이 도움왕을 노려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줄 것을 약속했다. 전남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했다. 14개, 16개 팀들이 경쟁할 때 상위 스플릿에는 7개, 8개 팀이 올라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상위 스플릿에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약팀들이 2부로 내려간 것이고 강팀들은 그대로다. 약팀 수만 줄어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잘 했다. 재미있는 경기,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며 낙담해 있는 선수들을 달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심으로 인해 잃어버린 승점에 대해서도 하 감독은 "다 지난 것이다. 나도 억울하고 선수들도 팬들도 억울하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우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다"며 오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전남 선수들도 이런 하 감독의 의지와 노력에 함께 했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어도 최선을 다해 뛰었고, 투지와 투혼으로 전남 팬들에게 예의를 지켰다. 그리고 상대 팀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이날 성남전에서 시즌 10호골을 성공시킨 이종호는 "지난 2년 간 강등권에 있어 봤다. 하위 스플릿에서 우리보다 위에 있는 팀들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랐다. 상위 팀들이 다른 팀들을 모두 이겨 우리가 강등권에서 탈출하기를 바랐다. 올해는 위치가 바뀌었다. 그렇기에 전남 역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 나머지 팀들을 위해 100% 해주는 것이 프로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하위 스플릿에서 1등을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동기부여다"며 힘주어 말았다.
감독과 선수들은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전남 팬들은 조금 달랐다. 전남 팬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억울해 하고 있다.
열성적인 전남 팬들은 오심으로 인해 전남이 피해를 봤다는 언론 기사를 전단지로 만들어 성남전을 찾은 관중들에게 돌렸다. 또 경기 중 '승점 도둑맞아 우리의 목표가 박살났다! 심판과 엿맹은 각성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며 분노를 표출했다. 전단지를 돌리는 일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억울함에 대한 호소였다.
상위 스플릿 진출 좌절 후 전남의 모습, 광양의 풍경이었다. 미래를 위한 행보를 잊지 않았고, 함께 화를 내주는 애정 넘치는 팬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전남의 미래는 밝다. 한 번 좌절로 쓰러질 전남이 아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이 좌절됐지만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전남이다.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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