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배우들이 먼저 찾아오고, 한 번 오면 좀처럼 나가질 않는다. 땅속 깊숙하게 뿌리내린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바로 나무액터스다.
배우 문근영이 이름을 지었다는 나무액터스가 연예계에 뿌리를 내린지 올해로 10년이다. 2004년부터 쭉 치고 올라간 문근영은 여전히 같은 나무 그늘 아래에 있다. 나무액터스의 시작을 함께 했던 신세경, 김주혁, 유준상, 도지원 등도 마찬가지. 그 사이 한혜진, 김아중, 김소연, 홍은희, 유지태, 지성 등 수많은 배우가 이곳에 모여 어느새 30명이 훌쩍 넘는다.
나무액터스를 배우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이는 최근 KBS2 '1박2일'에 김주혁의 '쩔친'으로 출연해 특별한 배우 사랑을 보여준 김종도(47) 대표다. 대표 호칭보다는 문근영에겐 삼촌, 김효진에겐 오빠, 이준기에겐 형이라고 불리는 게 더 편한 남자다.
덩치가 좀 커지면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게 일반적인 최근 연예계지만 김종도 대표는 곁눈질 한 번 안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배우’라는 본질을 더 중요시해서다. 그런 그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통성 있는 기획사'다. 그래서 CEO,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장 이런 것보다 "난 그냥 매니저 김종도가 좋다"는 그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나무액터스를 배우들의 쉼터로 만든 사람, '매니저 김종도의 삶'에는 5점, '인간 김종도의 삶'에는 0점을 매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무액터스 10주년이다. 10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게 뭔가.
"10년 전만 해도 시스템보다는 한 개인이 주먹구구식으로 해나가는 일이 많았다. 처음엔 나무액터스를 혼자 했다면 지금은 안 된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시스템화가 돼야 한다. 난 안방 노인네처럼 결정을 하면 되고(웃음).
연예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콘텐츠가 발달됐고 산업이 폭넓어졌다. 또 한류가 있기 때문에 매니저들이 많이 배워야 할 시기다. 시장이 커진 만큼 유능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배우들은 바뀔 수 있지만 인재는 바뀌면 안 된다. 그들이 더 큰 인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홍보, 기획은 물론이고 국제법까지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시대다.
예전엔 매니저가 배우 옆에 기생하는 존재처럼 비춰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운전만 하는 매니저의 시대는 갔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
-연예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우들은 계속 누적되는데 시장은 제한돼 있다. 시장이 작다 보니 콘텐츠가 집중된다. 시장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배우 혼자서는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못 한다. 경험이 쌓인 매니저가 다양하고 안정적인 길을 제시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좋기 때문에 좀 더 개발해서 일단 아시아 중심으로 가야 한다. 나무액터스도 이준기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해외 진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나무액터스 이름을 문근영이 지었다던데 어떻게 된 일인가.
"회사를 만들 때 같이 시작한 배우들에게 이름 공모를 했다. 그때 문근영이 나무액터스를 제안했다. 왜 나무냐고 했더니 ‘뿌리 있게 버팀목이 되고 큰 그늘이 돼서 배우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무액터스라고 지었고 회사 이념이 됐다."
-여러 배우들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다.
"아이스타즈에서 나와서 독립할 때 그때 배우들이 문근영, 김주혁, 신세경, 도지원, 유준상, 고(故) 이은주가 있었다. 같이 시작한 배우는 다 있다. 이후 들어왔던 친구들 중에는 나갔다가 다시 온 친구들도 있다. 김태희 같은 경우는 독립해서 나간 거고.
늘 이야기 하는 게 배우들과의 호흡이다. 배우들은 상품이 아닌 인간이다. 작품을 얼마나 많이 잡아 주느냐보다 '배우들이 행복해지는 길이 뭘까'를 먼저 생각한다. 스타도 많이 만들어봤지만 제일 중요한 건 행복이더라. 일에서 느껴지는 만족감도 있지만 개인적인 행복도 있다. 어떤 분들은 나무액터스를 '사랑이 꽃피는 나무'라고 하시는데 행복을 생각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애에 대해서 자유롭다. 돈만 보고 이용하면 그들도 다 알고, 우리가 애정을 가지면 그들도 애정을 갖는다. 먼저 다가가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한다."
-회사에 유독 여배우가 많다. 여배우들과 잘 지내는 비결은 뭔가.
"우리가 여자에게 강한 회사라 하는데 여자들이 더 의리가 있다. 난 여자 마음을 잘 모르지만 난 내 배우를 모두 사랑할 뿐이다. 남자든 여자든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을 갖고 작은 관심을 보여줄 뿐이지 달리 대하는 건 없다. 나를 대표라고 부르는 사람은 직원 몇 명밖에 없다. 호칭이 삼촌, 오빠, 형이다. 그만큼 가까이서 호흡하려고 한다.
난 여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 여배우들이 까탈스럽다고 하는데 난 그런 배우를 해본 적 없어서 그 말에 동의를 못 한다."
-작은 부분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일이다.
"큰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일 거다. 그건 받아들여야 한다. 난 그저 배우들 생일 때나 배우 부모님 생일 때 꽃을 보내는 정도의 작은 관심을 갖는다. 배우가 작품 들어갈 때 부모님께 설명해드리고 배우들이 좀 안 좋아 보이면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이 숱하게 변하기 때문에 일적으로만 다가가면 안 된다."
-한혜진, 이윤지 등 최근 결혼한 배우가 많고 열애 중인 배우도 많다.
"대중의 인기를 즐기는 배우가 있고 새로운 삶을 사는 연기에 마력을 느끼는 배우들도 있다. 그래도 기본으로 돌아가면 그들도 인간이고 행복을 갈구할 권리가 있다. 당연히 사랑이란 감정도 있기 때문에 터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기본 권리다. 그래도 결혼하는 배우들 보면 결혼식장엔 가고 싶지 않다(웃음) 물론 축하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김 대표는 아직 미혼이다). 배우들이 결혼해서 한 가정이 이뤄질 땐 보기 좋다. 또 어떤 프로모션을 해야 하나 숙제가 생기는 건 있다."
-빨리 결혼했으면 하는 배우는 누군가.
"주혁이가 빨리 가야 한다. 물론 주혁이도 나보다 자기가 먼저 가야되는데 그럴 거다.(김 대표와 김주혁 둘 중 누가 먼저 갔으면 좋겠냐고 묻자) 주혁이가 먼저 갔으면 좋겠다.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우리 회사 배우들 중에 가장 안타깝다."
-나무액터스를 연예계 대표 기획사로 키워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처음에 5천만 원으로 시작했다. 초창기 때도 힘들었고 잘 되다가 충무로가 갑자기 드롭될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힘들었다. 그때 엔터테인먼트 업계 침체가 2년쯤 갔는데 힘들었다. 그래도 버티고 올라갔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다. 크게 무리하지 않아서 큰 사고가 없었던 것 같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해나가는 기획사를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변화에 대해 매일 고민하지만 느리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장이고, 나무액터스 대표다. 그리고 2012년 K드라마 스타 어워즈 베스트 매니저상도 받았다.
"난 그냥 매니저 김종도가 좋다(웃음)"
[나무액터스 김종도 대표 "매니저론 5점, 삶은 0점"(인터뷰②)에서 계속]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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