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건 우리 둘밖에 모르는 겁니다."
삼성 베테랑 내야수 김태완(33)이 넥센전에 강했던 이유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사실상 아무도 모른다는 뜻. 그만큼 김태완이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넥센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말하자면 '숨겨진 넥센 킬러'인 셈이다.
올 시즌 김태완은 삼성이 넥센과 맞붙은 16경기 중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5할2푼9리(17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이 7할6푼5리, 출루율은 5할7푼9리였다. 삼성 타자들 가운데 넥센 상대 타율, 장타율, 출루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바로 김태완이다.
금민철(2타수 2안타), 강윤구, 하영민(이상 1타수 1안타) 등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투수들을 상대로도 강했지만 다른 넥센의 주요 투수들과도 밀리지 않는 성적을 남겼다. 밴헤켄을 상대로 2타수 1안타(2루타), 손승락을 상대로도 2타수 1안타, 오재영을 상대로는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한현희에게 3타수 무안타로 약했을 뿐이다.
넥센전에 강했던 이유를 묻자 김태완은 "특별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잘 맞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며 "작년에는 설렜는데 이번에는 한 번 해봤다고 편안한 느낌이다. 작년에 선발로 나갔던 부담도 이번엔 없으니 운동을 하는 내내 편안하다"고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소감도 들려줬다.
지난해 김태완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숨은 주역이었다. 주전 키스톤콤비 김상수와 조동찬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빠져나간 빈자리를 정병곤과 함께 메웠던 것. 2루수로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김태완은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타율 2할9푼6리(27타수 8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내 통합우승 3연패에 기여했다.
삼성이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김태완의 역할이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다. 유격수 김상수와 2루수 나바로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 김태완에게는 경기 후반 대타나 대수비로 투입되는 임무가 주어져 있는 상태다.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씻어줄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우리는 강력한 대타가 없다"며 "김태완, 우동균, 진갑용이 있지만 대타를 써서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4푼7리로 넥센전에만 강했던 것이 아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던 김태완이다. 특히 대타 타율도 3할4푼6리로 높은 편. 대타로 김태완을 기용하는 것은 승부처에서 충분히 활용해볼 만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김태완은 "대타로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올 시즌에 많이 나가봤기 때문에 괜찮다"며 "대타 타율을 보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숨겨진 넥센 킬러 김태완이 류중일 감독의 고민 해결사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대구=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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