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2001년에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국민타자' 이승엽(38)이 13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승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은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회말 쐐기 투런포를 터뜨리는 등 5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이승엽 등 중심타선의 활약을 앞세워 7-1로 승리하며 1차전 패배를 설욕,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팀 승리를 이끌었던 이승엽의 이날 홈런은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는 한 방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즈와 함께 13개의 홈런으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던 이승엽은 이제 14개의 포스트시즌 홈런을 기록하며 이 부문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경기 후 이승엽은 수훈선수로 선정돼 공식 인터뷰실을 찾았다. 팀 승리에 신기록까지, 충분히 기뻐할 만했지만 이승엽은 그렇지 않았다. 홈런 외 안타를 추가하지 못한 채 삼진만 3개를 당한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이승엽은 "전혀 기분좋지 않다"라며 "홈런보다 나머지 타석에서 어이없는 삼진을 당해 실망스럽다"고 자책했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이승엽은 쉽게 만족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만큼 철저히 완벽을 추구한다. 시즌 40~50개의 홈런을 칠 때도 타격폼을 버리고 새로운 폼을 익혀 2003년 56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것이 이승엽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승엽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승이다.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스스로의 성적에 실망하고, 더 잘 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결국 팀 우승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혼자 잘하고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을 때의 심정을 이승엽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13년 전이던 2001년. 삼성은 김응용 감독의 부임과 함께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올라온 두산에 2승4패로 밀리며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노리던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결과였다.
당시 이승엽은 개인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에 빛을 잃고 말았다.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은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7푼5리(24타수 9안타) 3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13년 전을 떠올리며 이승엽은 "개인 성적은 전혀 상관없다"라며 "2001년에 내가 잘하고도 팀이 우승을 놓쳤다. 그 때 굉장히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승엽의 말에는 우승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 개인 성적은 팀 우승을 위한 재료일 뿐,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승엽의 생각이다. 이승엽은 "앞으로 3승을 더 올리는 것이 과제"라며 "우승이 확정돼 감독님 헹가레를 하고 나면 그 때 한 시즌을 돌아보며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승만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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