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제일 늦게 출발했다. 가진 전력은 가장 떨어진다. '최고참' 선배들과는 무려 30년 이상 차이난다. 어렵고 힘든 시즌이 될 것이 훤하다. 그렇지만 두려움은 없다. 열정과 자신감, 패기로 똘똘 뭉친 새내기 아닌가. 우리는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다.
◆두근두근 새출발
kt의 2014년은 미국과 대만을 잇는 '대장정'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창단한 뒤 '번갯불에 콩볶듯' 조직을 만들고 선수단을 꾸린 지 어언 10개월여. kt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작해 대만 타이중으로 이어지는 160일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필드에서 구르는 지옥훈련이었다. 무려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단련된 선수들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조범현 창단 감독의 지휘 하에 패기로 똘똘 뭉친 kt 선수단은 한 마음으로 프로 선배들에게 도전했다. 부족함은 많지만 열정을 앞세워 던지고 뛰고 휘둘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거둔 소득은 무척 알찼다. 88경기를 치른 시즌 최종 성적은 41승37패10무. 자신감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은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수확이었다.
◆미래의 스타들 '반짝'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이 대거 발굴됐다. '흙속의 진주'가 여러 명 나타나 구단과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특히 kt의 '신예 4총사(fabulous four)'로 불리는 박세웅·문상철·김사연·김동명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한껏 과시하며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2013년 1차지명자인 오른손 투수 박세웅. 퓨처스리그 21경기에 나선 그는 9승3패 평균자책점 4.12, 탈삼진 123개(118이닝)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1군 데뷔시즌이 될 2015년 외국인 투수 3명을 쓸 수 있는 kt 마운드의 4선발을 예약했다는 평가다.
외야수 김사연은 정교한 타격과 호쾌한 장타력으로 퓨처스리그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타율 3할7푼1리 23홈런 72타점에 도루 37개를 기록해 프로야구의 차세대 '호타준족 스타'로 꼽힌다. 창단 첫 경기서 역대 21번째 기록한 사이틀링히트는 그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징표였다. 여기에 출루왕(0.498)을 기록한 김동명, 57경기서 14개의 홈런을 쳐낸 '파워히팅' 내야수 문상철도 kt의 소중한 보배로 떠올랐다.
◆마법사의 새 집 '위즈 파크'
kt의 등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기존 수원구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수원 kt 위즈파크가 내년 시즌 개막과 함께 드디어 첫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명칭 공모를 통해 이름이 정해진 위즈파크는 약 300억원을 들여 구장을 전면 보수했다. 스탠드를 확장해 2만5천석 가까이 규모를 크게 늘렸다. 기존 1만4천465석의 2배 가까운 관중을 수용하게 됐다.
부대시설도 전면 개보수해 마치 새 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내야 익사이팅존, 테이블석, 스카이박스, 파티석에 외야에는 천연 잔디가 깔린 다양한 테마 좌석을 비치했다. 특히 안전하고 편안하게 술 한 잔 하며 야구를 볼 수 있는 실내 '펍(Pub)'도 만들어 주당 야구팬들을 유혹할 계획이다. 기존 수원구장의 낡고 칙칙한 이미지와 확연히 달라질 위즈파크는 kt 야구를 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팀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값진 프로 첫 해를 보낸 조범현 감독은 구단의 미래를 무척 밝게 보고 있다. 대구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제주로 이동한 조 감독은 "올해 새로 입단한 선수들의 기량이 생각보다 좋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과 새로 입단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내년 시즌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팀 전체가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게 고무적이다. 성공적인 내년 시즌 데뷔를 위해 앞으로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굳은 각오도 밝혔다.
투수조련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명 투수코치' 정명원 코치는 "1년 전과 비교해 선수들이 어느 정도 프로에 적응했다. 앞으로도 반복된 훈련과 경기로 경기 운영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해설자 신분에서 지도자로 새 출발한 이숭용 타격코치는 "하체를 이용하는 타격 지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타격 기술'을 익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kt의 코칭스태프는 그 어느 구단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화려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이들은 '프로 1군 데뷔'라는 가슴 떨리는 출발을 앞둔 선수들과 함께 내년 시즌 준비에 오늘도 구슬땀을 뚝뚝 흘리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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