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0-0 동점이던 3회말. 넥센 선발 헨리 소사는 여전히 흔들렸다. 박한이를 삼진처리한 뒤 채태인을 공 5개만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날만 3개째 볼넷이자 5번째 내보낸 타자였다. 불안한 제구는 좀처럼 잡힐줄 몰랐다.
1사1루서 최형우는 소사의 초구를 노렸다. 제구 난조에 시달리는 소사가 스트라이크 넣기 급급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소사의 공은 스트라이크존 복판으로 들어왔고, 최형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휘둘러 우익수 쪽으로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렸다.
우측 파울라인 안쪽으로 날아가는 공은 누가 봐도 최소 2루타성 타구. 그러나 이 때 넥센 우익수 유한준이 어느새 나타나더니 186㎝ 97㎏의 육중한 몸을 날렸다. 길게 뻗은 그의 글러브 안으로 타구는 마치 자석처럼 빨려들어갔다. 삼성의 선취점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유한준의 몸을 날린 호수비로 한숨을 크게 돌린 소사는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했다.
3회까지 매번 주자를 내보내며 넥센 덕아웃을 불안에 떨게 하던 것과 달리 이후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안정적인 호투를 선보였다. 4회 박석민·박해민·이지영, 6회 최형우·이승엽·박석민을 내리 삼자범퇴로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날 유한준은 앞선 2회에도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 무너질 뻔하던 소사를 구했다. 2회 2사1루에서 삼성 9번 김상수의 우전안타로 2사 1·2루. 다음 타자인 1번 나바로가 친 타구는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듯한 타구였으나 우익수 유한준이 중견수 쪽으로 전력질주해 잡았다. 초반 실점 위기 두 차례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로 소사를 구한 것이다.
유한준은 지난 8일 목동 4차전 당시 홈런 2방 포함 5타점을 올리며 경기 MVP로 꼽혔다. 당시 활화산 같은 방망이 실력으로 팀 승리를 이끈 그는 이날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멋진 호수비 2차례로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았다.
비록 넥센은 9회말 최형우에게 끝내기 2루타를 맞아 1-2로 패했지만 유한준의 수비는 이번 한국시리즈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을 전망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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