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뮤지션으로서의 윤종신은 '90년대를 대표하는, 혹은 90년대를 풍미한'이라는 수식어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인으로서의 윤종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ing', 현재진행형의 윤종신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윤종신의 월간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이다. 윤종신은 대중과, 그리고 자신과의 숙제처럼 꾸준히, 이 어렵고도 까다로운 과업을 하나씩 수행해가는 중이다.
'월간 윤종신'에 대해 윤종신은 "최후에 그만둘 때 얘기할 게 많을 것 같다"며 "매달 윤종신이라는 1인 미디어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것이다. 매달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이고 특별한 감상은 없다. 계속 하고 있는 것일 뿐, 제게는 밥 먹고 옷 입고 나가는 거랑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월간 윤종신'은 이번 달에 떠오르는 것, 하면 좋을 것을 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세간의 관심을 매번 끌 수는 없는 프로젝트죠. 언제든 들어왔다가 그 전 프로젝트를 모두 훑어볼 수 있고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늘 상시 대기조 같은 느낌(웃음). 누구나 월간 OOO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로 힘을 모을 수도 있어요.
'월간 윤종신'은 5년 동안 임상실험을 한 강력한 병원 같아요. 데이터가 많죠. 안 가르쳐 주고 있어서 그렇지(웃음). 특히 데뷔 20년 넘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키가 '월간 윤종신'에 많아요. 윤종신 다음이라 싫다고 안 하기에는 아쉬워요. 난 다른 형이 해도 따라했거든요. 이건 따라하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거라고 봐요. 뮤지션들은 근면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싫어해요. 유유자적, 선비 같은 그런 미학이 있죠. 하지만 앞서가는 사람들은 탈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것들이 일종의 무형의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월간 윤종신'이란 이른바 윤종신 음악의 아카이빙(Archiving, 많은 양의 정보를 모아둔 파일이나 목록 보관) 작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 아래 위너 강승윤·송민호, 슈퍼주니어 규현, 2AM 임슬옹 같은 아이돌부터 이적, 성시경, 김범수 같은 최고의 가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매달 신곡을 내고 있다. 한 달에 한 곡이라는 형식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꽤 위험한 시도다. 특히 예능인, CEO, 심사위원, 뮤지션, 제작자 등 수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는 윤종신에게는 더 그렇다.
"겁이 없는 편이에요. 새로운 것 속에서 항상 뭔가가 탄생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걸 실패해도 얻는 게 있고, 성공해도 얻는 게 있죠. 제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실패가 아니면 전 실패가 무섭지 않아요.
1위를 하면 많은 돈을 벌고, 많은 박수를 받고, 좋죠.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월간 윤종신'은 길게 봤을 때 히스토리로 남고 포스트로 인정받아요. 2~3년에 한 번 신곡을 내는데 과연 5년 뒤에도 사랑받는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요? 하지만 '월간 윤종신'은 그게 가능하거든요. 바로 그게 아카이빙의 매력이에요. 그 달에 끝나는 게 아니고, 뒤늦게 발견될 수도 있다는 거죠."
'애니', '오래전 그날', '너의 결혼식' 등 솔직하면서도 일상적인 가사로 사랑받았던 윤종신의 명곡들은 그저 90년대의 명곡으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구질구질하다'고 설명되는 윤종신의 솔직담백한 가사는 가슴에 사무치도록 공감되는 가사라는 설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윤종신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부르는 노래는 지금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보통날의 그 사랑이고 이별이다. 매일 경험하는 평범한 사랑, 그리고 평범한 이별을 노래하기에 2014년 가수 윤종신의 노래는 더욱 특별하다.
"제 음악 이야기는 특별한 걸 보편적으로 다루는 거예요. 멜로디는 윤종신이지만 가사는 보편성에 근거한 모두의 이야기죠. 이별, 만남 모두 다 누구나 겪을 법한 얘기예요. 오늘 이별한 날이고, 널 만나러 가는데 난 뭘하지 그런 얘기들. 전 누구나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좋아해요. 자기 상황을 대입시키면 되게끔 괄호를 늘 비워둬요.
윤종신의 노래를 늦게 안 사람도, 또 10대 후반이 이별을 하고 제 노래를 들어도 공감할 수 있게끔 보편성을 기반으로 늘 노래를 써요. 사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거리에서'도 특별한 얘기가 없어요. 정확히 얘기하면 유행가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멜로디 라인이나 그런 것들이 모든 사람이 즐기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오래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90년대의 사랑과 이별을 어루만졌던 윤종신의 노래는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도 위로한다. 뮤지션 윤종신의 힘은 여기에서 증명된다. 그리고 '월간 윤종신'은 2014년 연말에도, 그리고 2015년에도 계속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윤종신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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