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형만한 아우는 없다?' 남자프로배구는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2강 체제'가 이어졌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도전장을 냈다. 이같은 3강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08-09시즌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이 신생팀으로 창단됐으나 기존 팀들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우리카드 이후 두번째로 V리그 남자부에 새로운 팀이 탄생했다. 바로 OK저축은행(창단 당시 러시앤캐시)이다.
OK저축은행은 V리그 데뷔 시즌을 무난하게 마쳤다. 정규시즌 6위를 차지하며 팀 역사만 따진다면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전력을 7위로 밀어내고 순조로운 신고식을 마쳤다.
OK저축은행은 오프시즌 외국인선수를 교체했다. 쿠바대표팀 주전 센터 출신인 시몬을 데려왔다. 몸값이 비싼 시몬의 영입 과정을 두고 말도 많았지만, 시몬은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시몬의 가세로 OK저축은행은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2014-15시즌 뚜껑이 열리자 '시몬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1라운드 시작과 함께 5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에서만 덜미를 잡혔을 뿐이다.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18일 현재 7승1패(승점19)로 순위표 맨 앞자리에 위치해 있다.
이제 OK저축은행은 다크호스가 아닌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형을 넘어서는 아우가 된 것이다. OK저축은행이 급부상한 이유로는 역시 시몬의 활약이 크다. 그는 남자부 득점 10개 부문에서 서브 1위, 득점 2위, 속공 2위, 퀵오픈 3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국내선수들의 활약까지 더해져 탄탄한 팀워크를 꾸렸다. 송명근은 공격종합에서 56.08%의 성공률로 4위에 올라 6위 시몬(52.74%)보다 앞섰다. 송명근은 시간차 공격과 퀵오픈에서도 각각 5,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득점 부문에서도 송희채가 리시브와 수비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그에서는 리베로 정성현이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공수에서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유지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2라운드 최대 고비가 될 삼성화재를 만난다. 삼성화재는 6승1패(승점18)로 OK저축은행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1위 자리가 바뀐다. 두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OK저축은행은 대전에서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시즌이었던 2월 9일 삼성화재를 상대로 치른 대전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팀 창단 기자회견에서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꼭 삼성화재를 이겨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바람이 창단 첫 시즌에서 바로 이뤄졌다. 5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다시 한 번 삼성화재를 꺾었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삼성화재를 제압하고 이미 한 번 웃었다. 그리고 2라운드 초반 다시 삼성화재를 만난다. 1위 순항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전이 됐다.
팀의 상승세에 구단도 신이 났다. OK저축은행 구단은 올 시즌 'We Ansan!' 슬로건을 앞세워 연고지인 안산시 팬들에 대한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지난 7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를 전후로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다.
구단 관계자는 "홈경기마다 다채로운 이벤트와 세리머니를 계속 준비해 체육관을 찾은 팬들과 함께 호홉하겠다"며 "창단 당시 선수가 감동하고 팬이 즐거워하고 지역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팀을 만든다고 했는데 한 단계씩 이뤄나가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예상을 섣불리 할 순 없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경기력과 함께 팬서비스 등을 모두 갖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형만한 아우도 있다'는 걸 코트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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