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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치어리더 박기량②…응원문화를 말하다


ML식 응원 도입 목소리에 "서운했다", 응원석 외야 이동에도 반대

[정명의기자] 어느새 프로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돼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치어리더.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가 바로 박기량(23)이다. 빼어난 외모에 절도있는 춤사위로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그녀는 한국을 대표하는 치어리더로 손꼽힌다.

지난 20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이루어진 박기량과의 인터뷰. 진부한 질문을 재빨리 마친 뒤 한국 스포츠의 응원문화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다. 박기량은 소신있는 자세로 당당히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한국의 응원문화, 그리고 치어리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①편에서 계속>

-박기량이 생각하는 치어리더란 무엇인가.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퍼포먼스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 팀을 위해 팬들과 소통을 해서 응원을 리드하는, 그런 역할이 아닐까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좀 달라진 것이 있나?

"제가 다큐도 찍고 방송 출연 등 이것저것 한 뒤로는,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이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술집여자 취급을 받을 때도 많았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체육행사 때는 오히려 팬들이 보디가드를 자청해주시고, 사진도 못 찍게 막아주시고 그러더라고요. 좋은 말로 인사를 건네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다른 치어리더분들도 똑같을 것 같아요."

-한국 프로야구만의 응원문화가 자리잡는 데는 치어리더들도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자부심이 느껴지나?

"저는 엄청 운이 좋게도 정말 열정적인 팀을 만나서 처음부터 응원에 빠져들었어요. 소름끼칠 정도로 열정적인 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냥 이 팀(롯데)에서 일한 것 자체가 자부심이에요. 롯데 응원을 맡고 싶어하는 치어리더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작년부터 NC가 생겨서인지 사직구장 관중석에 빈자리를 보면서 춤을 출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좀 섭섭하더라고요. 제가 처음 롯데 응원을 시작했던 2009년처럼 만들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목표가 생겼어요. 제가 2009년 6월부터 뛰기 시작했는데, 그 때 거의 지지 않았거든요. (실제 롯데는 2009년 6월 16승9패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그 땐 복덩이가 들어왔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웃음)"

-비교적 조용히 야구만 즐기는 ML식 응원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있는데.

"몰랐는데, 조용한 응원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땐 좀 서운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좀 먼 데 앉으시면 되고, 같이 신나게 놀러오시는 분들은 노시면 되는 거 아닐까요. 현재의 응원 방식을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한화의 경우 응원석을 외야로 옮기기도 했는데.

"NC도 그렇죠. 그런데 응원석이 외야로 가면 선수들에게 응원 목소리가 좀 덜 들리고 안 와닿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3루 쪽 원정 팀 선수들에게 더 크게 들리지 않을까요? 응원은 팬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역할도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응원이 잘 되는 날 이기는 경우가 많아요. 응원도 잘 되는 날, 잘 안되는 날이 있어요. 저희가 공연할 때 더우면 지치니까 팬들이 박수를 안치는 경우도 있는데, 더워도 기분 좋은 분들 많고 목소리도 크게크게 단상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나오면 그런 날은 승률이 좋아요. 저희도 힘들지 않고요. 물론, 새로운 시도를 할 수는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 응원문화의 장점은 뭐라 생각하나.

"좀 더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한국 치어리더들이 다른나라에 비해 더 예쁜 것 같아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웃음) 그리고 우리는 팬들이 잘 아는 대중적인 가요를 주로 응원곡으로 쓰기 때문에 흥을 돋우기에는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인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최고인 것 같아요. 저도 일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만두더라도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쉬운 점이나 단점은?

"응원이 격해지다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죠? 뛰어놀다가 서로 부딪힐 수도 있고, 술을 엎을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졌어요. 처음 일 시작했을 땐 뭐 집어던지시는 분들도 많았고, 술취하신 분이 단상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웃음)

응원문화랑은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응원단들의 급여나 처우가 좀 개선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제가 방송 출연 등 더 열심히 하는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어요. 처우가 좋아진다면 그건 저 뿐만이 아니라 후배들, 동료들 다 좋은 일이니까요. 솔직히 일이 좋아서 하는 친구들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어요.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니까요."

-불편한 점도 많겠다.

"원정 응원을 가면 모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게 처음엔 많이 불편했어요. 2명이 방 하나를 쓰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적응이 돼서 오히려 더 편해요. 팀원끼리 간단히 맥주도 한 캔씩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오히려 원정이 잠은 더 많이 잘 수 있거든요."

-치어리더가 크게 주목받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야구장의 주인공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각자 위치에서 빛을 발하면 좋은게 아닌가요? 선수들도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주목을 받잖아요. 저는 물론이고 다른 직업에 있는 분들도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주목을 받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확 이슈가 되면서 욕도 많이 먹었어요. 안 좋은 소리도 들었죠. 처음엔 악플 보면서 울고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다 관심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농구장에서는 선수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많던데 무섭지 않나?

"밟히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그럴 수도 있죠, 그게 저희 일인데. 그런데 요즘은 코트 밖으로 나가는 추세더라고요. (창원 LG 등은 올 시즌 경기 중 코트 엔드라인에 앉아서 응원하던 치어리더들을 경기 집중도 등을 이유로 코트에서 멀리 떨어뜨려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치어리더가 경기장 안에서 박진감을 느끼면서 응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밖으로 나가 있으면 소외되는 것 같고, 팬들이랑도 떨어지는 느낌일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박기량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자주 하며 열린 사고방식의 소유자임도 드러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치어리더 일을 시작해 청춘을 바친 그녀는 이미 이 분야의 베테랑이 돼 있었다. 오랜 경험 때문인지 응원 문화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도 엿보였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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