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선발로 출전할 준비해라."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은 지난 20일 팀연습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틀전 대한항공은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LIG 손해보험과 원정경기를 치렀다. 1세트를 따냈지만 2∼4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팀은 1-3으로 역전패했다.
1라운드에서 4승을 거두며 순항했던 대한항공은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포함해 이날 LIG 손해보험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벌어놨던 승수를 까먹었다. 23일 만난 현대캐피탈전은 그래서 중요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이 선발 세터에 변화를 준 건 주포 마이클 산체스 때문이었다. 주전 세터 강민웅과 비교해 황승빈의 토스가 산체스에게 더 잘맞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황승빈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58.33%의 세트 성공률을 보였다. 그는 이날 72개의 토스를 시도해 42차례 공격으로 연결됐다. 그를 대신해 강민웅이 2세트 백업으로 나왔다. 강민웅도 10번 세트를 시도, 그중 6차례를 공격으로 연결했다. 세트 성공률은 60%로 높았다. 황승빈 카드가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황승빈은 올 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신인이다. 인하대 졸업반인 그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뽑혔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빨리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직은 프로 생활 자체가 낯설다. 경기 후 인터뷰도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할 말은 했다.
황승빈은 "LIG 손해보험과 경기를 치르던 도중 산체스에게 백토스를 보냈다. 그런데 내 느낌에는 낮은 토스라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산체스가 잘 처리해줬다"며 "경기가 끝난 뒤 앞으로 이렇게 토스를 해달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낮고 빠른 토스 구질을 갖고 있는 황승빈이 산체스의 공격 입맛에 더 맞는 이유다. 그러나 산체스와 비교해 신영수, 곽승석 등 국내 선수들과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있다.
황승빈은 "아직 형들하고 엇박자가 나곤 한다"며 "앞쪽으로 보내주는 C토스가 많이 부족하다.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들이 오히려 더 신경을 써준다"며 "이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산체스의 공격력을 더 살리기 위해서라도 새내기 세터 황승빈의 출전 시간은 좀 더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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