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2014 서울독립영화제가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오늘을 있게 한 중견 감독들의 전작들부터 현재 충무로의 샛별로 꼽히는 영화인들의 신작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tvN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호평을 얻고 있는 배우 변요한은 올해 영화제의 초청작 '소셜포비아'를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홍석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소셜포비아'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추천작으로 꼽히기도 한 수작. 지난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팩)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두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는 SNS에서 종종 일어나는 이용자들 간 논쟁 끝에 마녀사냥의 대상이 됐던 여성 민하영의 자살로 시작된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지웅(변요한 분)과 용민(이주승 분)은 그저 가볍게 즐겼던 SNS 속 정황으로 이 사건에 휘말린다.
지웅 역의 변요한은 '미생' 속 능청스러운 '개벽이' 한석율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만난다. 예기치 않은 곤궁에 몰린 평범한 청년의 얼굴을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해냈다.
'소셜포비아' 외에도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를 빛낼 작품들은 더 있다. 젊은 청춘들의 가벼운 연애와 좌충우돌 성장담, 각박한 현실을 이겨내며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이야기, 현대 가족의 표상, 사회의 상처와 폐부를 날카롭게 들춰내는 작품, 역사의 아픈 기억을 심층적으로 접근해 풀어나가려는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찾는다.
개막작인 '오늘영화'는 윤성호 감독과 구교환·이옥섭 감독, 강경태 감독 등 한국 독립영화계를 누벼 온 이들의 신작이다.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경쟁부문 초청작인 이은영 감독의 장편 애니메니션 '똘(Taule)'은 이번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서울독립영화제 경쟁장편부문에 처음 소개되는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자기를 찬 남자에게 집착하는, 아버지의 자살시도에 트라우마가 있는 여자가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야기다.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셜포비아'와 함께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의 이야기와 영화처럼 펼쳐지는 여행지에서의 낯선 연애 감정을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얻었다.
지난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두물머리'로 관객상을 수상한 서동일 감독은 다큐멘터리 '명령불복종 교사'로 다시 영화제를 찾았다. 지난 2008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일제 고사에 반대한 교사들의 징계와 해고, 그에 맞서는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싸움을 담았다.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김정근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은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이후의 상황과 그 이전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기나긴 노동의 역사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역사를 김진숙을 포함한 한진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증언한다.
새로운선택 부문 초청작인 이은지 감독의 다큐멘터리 '몽테뉴와 함께 춤을', 동일 부문 극영화 장르 초청작인 양시모 감독의 '표정들', 같은 부문 초청작인 손영모·백현상 감독의 극영화 '캐릭터 충돌의 궤적 읽기', 특별초청된 박석영 감독의 극영화 '들꽃', 동일 부문 다큐멘터리 초청작인 현영애 감독의 '서둘러 천천히' 등도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추천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박정범 감독의 '산다,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 이길보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소리,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 장희선 감독의 마이 페어 웨딩' 등 장편 추천작 리스트가 쟁쟁하다.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인 단편 '여배우'를 비롯해 이옥섭 감독의 '4학년 보경이', 이란희 감독의 '결혼전야', 정다희 감독의 '의자 위의 남자', 민용근 감독의 '자전거 도둑' 등이 단편 부문 추천작이다.
40주년을 맞은 영화제가 준비한 다채로운 상영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1990-2000년대 초반 독립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35mm 단편영화 특별전'에서는 류승완 감독, 임순례 감독을 비롯해 송일곤, 원신연, 장률, 이수진 등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갖게 된 감독들의 과거 작품들을 상영한다.
2014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27일부터 12월5일까지 열린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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