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이승철을 '노래를 굉장히 잘 하는 가수'라고만 생각한다면 그의 절반만 아는 거다. 최근 생긴 '독도지킴이' 이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는 합창단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왔고, 재능 있는 신인들이 조금이라도 빛을 볼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했다.
이승철은 최근 '온(One Nation)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천소년교도소합창단, 대안학교합창단을 거친 그는 탈북청년합창단의 지휘 요청에 두 팔을 걷어 부쳤고, 8월14일 합창단 청년들과 독도에 직접 입도해 6개월간 준비해온 평화송 '그날에'를 발표하고 무상으로 배포했다.
또 매년 콘서트 투어를 펼치는 이승철은 그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승철이 의도해서 뭔가를 찾아 나선 게 아니다. 운명처럼 하나씩 이승철에게 찾아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마음속에는 책임감이 스며들었다. 이젠 "30년동안 가수를 하면서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계속 이런 일들을 하면서 가수 생활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이승철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입국 거부 사건 당시 상황은 어땠나.
독도와 관련된 퍼포먼스나 그런 일을 했던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입국할 때 CEO로 썼는데 가수로 알고 있더라. '유명 가수 맞죠?' 하더니 우리를 데려갔다. 컴플레인을 걸 자료까지 이미 만들어 놨더라.
그들은 입국 거부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밝힐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일본 방문이 15번이 넘는데 다른 이유는 말이 안 된다. 15번을 왔다 갔다 할 때는 왜 놔뒀냐고 물었더니 '그땐 인터넷이 없었고 이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더라.
일본 측의 가장 큰 실수가 저랑 같이 들어간 집사람의 여권에 일단 스탬프를 찍어주고 저랑 같이 있을지 나갈지 선택권을 줘야 했는데 그들은 굉장히 얼버무리는 대답을 하면서 거부했다. 민사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인데 해명도 없었다.
'그날에'란 곡이 독도 노래가 아니고 세계평화 노래다. 탈북청년합창단이 살아온 삶과 희망을 노래한 곡인데 그들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내년 월드투어 때 일본 공연도 있는데 공연 비자 신청을 다시 한 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입국 거부와 독도 문제로 주변 우려는 없었나.
어르신들은 걱정을 많이 해주시고 젊은 친구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다. 그렇게 분류된다(웃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부러 시작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독도지원센터가 재추진 된다는 게 기쁘다.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웠던 문제인데 재추진돼서 다행이다.
◆'독도 지킴이' 이미지가 생겼다.
저한테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이 들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함께 해야 할 일이 주어졌구나 싶다. 원래 탈북청년들이 저에게 노래를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독도에 가서 발표하고 싶다고 했는데 전 반대했다. 독도라는 곳 자체가 정치적인 장소라 합창단만 가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북한에서도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는 게 독도와 위안부 문제라고 하더라. 하다 보니까 아이들과 정도 들고 같이 가게 됐다. 가수로 노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위치라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분위기에 휩쓸려 간다는 부담감은 없나.
처음엔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했었다(웃음) 시간이 지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면서는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독도열사가 돼서 강하게 운동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날에'가 화합의 노래로 사랑해주시는 것처럼 음악으로 충분히 표현할 방법은 많다고 본다. 부담스럽진 않다.
◆온 캠페인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밴드 유투의 보노한테도 보냈고 유명한 가수 7~8명에게 탈북청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편지를 보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년 1월7,8일에 KBS에서 방송되는 다큐에서도 아이들이 사선을 넘어온 장면들이 들어간다. 실제로 어떤 특수부대 출신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자전거와 GPS를 중국 암시장에서 사서 15000km를 자전거를 타고 탈출한 얘기가 있다. 조셉이란 친구의 친누나를 찾는 프로젝트도 있다. 다큐에 다 포함돼 있다.
◆보노에게 어떤 편지를 보냈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관심이 높다. 보노도 사회사업을 많이 하고 있기에 보냈다. 전 또 요새 생각한 게 김연아, 박찬호 등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스타가 많다. 한국판 '위 아 더 월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모든 사람이 부르고 세계적으로 한국의 통일과 평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긍정적 답변들이 오고 있고 내년 초면 좋은 소식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프로젝트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실질적으로 체험해서 느낀 것이 있어서다. 김천소년교도소합창단, 대안학교합창단, 탈북청년합창단, 아프리카 프로젝트 등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 사람들에게 정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합창단 만드는 것. 김천교도소는 중범죄 소년들이 가는 곳이고 탈북청년들은 사선을 넘어온 친구들이다. 경계심 많던 그 친구들이 음악을 통해 눈빛과 마음이 변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바라본다.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게 된다.
이번에 독도 일이 찾아왔듯이 어느 날 섭외가 들어와서 합창단을 시작해고 계속 이어졌다. 커다란 일들이 나를 찾아와주고 있다. 이런 좋은 일들이 찾아오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주어진 일이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또 뭘 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뜻 깊은 일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한다.
콘서트 수익금을 아프리카로 보내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관객들에게 5~10분 정도 브리핑을 하는데 하이라이트 시간이 됐다. 부지를 선정한 곳을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고 완성된 학교도 보여드리면 굉장히 좋아해주신다. 함께 세상을 만들어가는 형태로 콘서트가 바뀌고 있는 거다. 30년 동안 가수를 하면서 새롭게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시간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을 하면서 가수 생활을 하게 될 것 같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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