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최고의 유스시스템을 갖춘 포항 스틸러스는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황선홍 감독이 대형 공격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한 황희찬(18, 포철고)이 우선지명으로 포항에 입단 예정이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2009년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하며 될성부를 떡잎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후 포항 15세 이하(U-15) 팀은 포철중에 입단해 2011년 전국 중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선수상을 받는 등 쑥쑥 성장했다.
포철고 진학 후에도 성장세는 계속됐다. 올해는 K리그 주니어(고교리그)에서 15경기 출전해 14골을 터뜨리며 득점 부문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2경기 12골을 넣었다. 경기당 1골을 넣은 셈이다. 각종 대회에 나서 4관왕을 이끄는 능력도 보여줬다. 꾸준한 골 감각으로 확실한 공격수가 없어 고민에 빠진 포항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황희찬이 유럽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입단 후 임대로 나가는 형식이다. 포항 관계자는 "임대로 유럽에 보내려고 한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진출은 확실하다. 팀 수준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황희찬의 유럽행은 제도상 문제가 없다. K리그는 2012년 9월 이사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5년간 K리그 선수 등록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당시 무분별하게 일본, 중국 등 현금이 풍부한 리그로 빠져 나간 뒤 기량이 정체돼 돌아오는 현실을 막자는 규정이었다.
지난해 류승우(21, 브라운슈바이크)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 레버쿠젠에 1년 임대되면서 제도의 맹점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레버쿠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류승우는 다시 브라운슈바이크로 재임대 됐다. 제주와 5년 계약을 한 상태에서 임대는 보험이 됐다.
포항 입장에서는 해외 이적에 너그러운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우수 유스 선수들을 더 모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황희찬도 수준높은 선수들과의 경합을 통해 기량 상승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해 성장시킨 선수가 유럽으로 간다고 하니 속만 탈 수 밖에 없다. 우선지명은 포항의 기대감이 반영된 선택인데 정작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쓰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동시에 유럽 등 해외 진출 후 부적응 등 실패할 경우 쉽게 되돌아올 수 있는 창구까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제도의 악용을 부추길 수 있다. 기량과는 별개의 문제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K리그가 더욱 하대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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