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장원준이 자유계약선수(FA) 역사상 최고액 선수가 될 기회를 마다했다. 롯데는 FA 우선협상 마감일인 26일 소속 선수인 장원준과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롯데 구단이 선수에게 최종 제시한 금액을 발표한 것이다.
롯데는 장원준에게 계약기간 4년 동안 계약금과 옵션 포함 총액 88억원을 제시했다. 또한 다른 두 명의 내부 FA인 김사율과 박기혁에 대한 구단 제시액까지 공개했다.
▲제시액 공개 이유는?
이윤원 롯데 단장은 '조이뉴스24'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제시액 공개를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단장은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의 경우 협상이 결렬되면 그 결과만 간단히 전했을 뿐 금액 등을 밝히진 않았다. 그런데 롯데는 이번에 그러지 않았다. 국내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제시액을 모두 공개했다.
구단 입장에서 가장 처음 내세운 이유는 바로 팬들 때문이다. 롯데는 오프시즌 동안 구단 내부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큰 내홍을 치렀다. 선수와 프런트, 프런트와 프런트 사이의 반목과 갈등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이로 인해 구단 대표이사, 단장, 운영부장 등이 모두 팀을 떠났다. 롯데 팬들의 원성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새 대표이사와 단장이 부임해 갈등을 수습하고 팀 분위기를 추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장은 "팬들에게 'FA가 되는 장원준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결국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팬들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납득을 시켜야 하는게 구단이 가져야 할 의무라고 봤다"고 말했다. 즉, 구단은 나름 계약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제시액 공개를 통해 팬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FA 시장의 과열이다. 우선협상 마감일인 26일 하루동안 원 소속팀 잔류를 선택한 FA는 모두 8명이었다. 4년간 86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SK 와이번스에 남아 역대 FA 최고액 기록 보유자가 된 최정을 필두로 이날 성사된 계약 규모는 모두 395억5천만원에이른다. 400억원에 가까운 돈이 하루 만에 움직인 셈이다.
이 단장은 "야구단에 와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FA 시장이 과열양상으로 흐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물론 선수들이 자신의 지금까지 기록한 성적을 정당한 방법을 통해 보상 받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하는게 맞고 그게 프로다.
그러나 구단 입장에선 '오버페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롯데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한 바 있다.
1년 전 당시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강민호(포수)를 잔류시켰다. 최정에 의해 1년 만에 깨지긴 했지만 당시 강민호는 FA 역사상 최고액인 75억원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강민호가 75억원의 가치를 올 시즌 보여줬냐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물론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롯데는 투자대비 효과를 적어도 올 시즌에는 분명히 못봤다.
세 번째 이유는 그동안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사전접촉(템퍼링)에 대한 부분이다. 이 단장은 "솔직히 장원준을 데려가는 팀이 나온다면 우리가 제시한 금액 이상을 불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사전접촉에 의해 영입 하려는 구단이 있다면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롯데가 제시 금액을 공개하기 전까지 장원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4년간 60억원에 원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좌완 장원삼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 가이드라인은 바뀌었다. 삼성이 재계약에 성공한 윤성환(투수)은 4년 80억원을 받는 조건에 사인했다. 역대 투수 FA 기록 또한 1년 만에 깨졌다. 단순 셈법에 따르면, 장원준을 데려가는 구단은 롯데의 제시액보다 많은 역대 최고액 기록을 경신하게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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