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에는 미안하고 서울에는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극적인 승부가 펼쳐진 최종 라운드의 설계자는 수원 삼성이었다. 수원은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2004년 12월 이후 10년 동안 이어져오던 포항 원정 무승 징크스를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이날 경기 승리 이전까지 수원은 포항 원정 15경기서 6무9패로 철저하게 밀리고 있었다. 포항 원정 승리와 함께 수원은 산토스가 14호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오르는 성과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수원의 승리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포항의 품에서 빠져나와 FC서울의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이 이날 제주 유나이티드에 2-1로 이기면서 승점 58점으로 포항과 동률이 됐고, 골득실에서 서울이 +14로 +11인 포항보다 세 골 앞서며 3위로 뛰어올라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을 얻었다.
경기 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올해 징크스는 다 깨자고 했다. 이 곳에서 2004년부터 못 이긴 징크스가 있다. 다른 팀들과의 징크스는 다 깼는데 오늘 해결하고 가자고 했다"라며 포항 원정 승리 의지가 징크스를 날려버렸다고 전했다.
수원은 일찌감치 2위가 결정되면서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이 없어졌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포항 원정 징크스 타파가 선수단에 끝까지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서 감독은 "똘똘 뭉쳐서 올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선수의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산토스는 시즌 14호골을 넣으며 이동국(전북 현대, 13골)을 한 골 차이로 밀어내고 득점왕에 올랐다. 서 감독은 "마음을 졸였다. 몇 경기 골이 안 나올 때 걱정이 많이 됐다. 오히려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산토스의 득점왕 타이틀 획득 여부가 고민이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정신적인 부분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다. 골보다는 스스로의 플레이를 하면서 쉽게 하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오늘 기회가 왔고 산토스가 놓치지 않았다. 우리 팀에서 득점왕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극적으로 서울과 포항의 ACL 티켓 주인공이 갈린 부분에 대해서는 "며칠 전부터 누가 내려가고 올라가고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도 하지 말고 마지막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 우리가 2위에 올라갈 수 있는 증거라고 본다"라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의 캐스팅보트가 아닌 경기 자체에 집중했음을 전했다.
그래도 상대팀 포항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지 서 감독은 "포항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서울에는 축하한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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