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이 신선해서 지원했습니다."
내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하는 신생팀 서울 이랜드FC의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인 '디 오퍼(The Offer)'에는 546명이 지원해 140명이 테스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들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테스트에 참가했다. 영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려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도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선 도전자들은 9대9 경기에 출전해 악을 뿜어냈다. 5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테스트에서 살아 남는 것이 이들의 당면 과제다.
눈에 띄는 인물들도 여러 명 보였다. FC서울에서 최용수 감독의 감독대행 시절인 2011년 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강정훈(27)이 있었다. 그는 강원FC를 거쳐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에서 올 시즌을 보냈다.
상주 상무 테스트를 준비했다가 떨어진 그에게 이랜드는 축구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상무에 떨어지고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생각하게 됐는데 이런 좋은 테스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라며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강정훈은 2011년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서울의 두꺼운 선수층을 깨고 주전급으로 도약하기는 어려웠다. 만년 유망주에 그치다 결국 강원FC로 가야 했다. 하지만, 강원FC도 2013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챌린지로 강등됐다.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없더라.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마음고생도 심하게 했다. 지금 축구를 관둘 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는데 꿈을 아직은 포기할 수 없어 테스트에 참가했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만약 강정훈이 최종 테스트를 통과해 이랜드 유니폼을 입게 되면 또 다른 서울 팀에서 뛰게 되는 셈이다. 리그는 다르지만 서울 연고팀에서 뛴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날 테스트에서 강정훈은 골을 넣는 등 나름 마틴 레니 감독 앞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테스트에는 가족도 모르게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 더비가 성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팬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내 모습을 보고 '열심히 하는구나, 잘 됐다'라고 하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싶다"라며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테스트에 나섰음을 분명히 했다.
강정훈과 달리 이미 테스트 경험이 있는 이들은 여유롭게 대처했다. 한 스포츠 용품사의 축구인재 발굴 프로젝트인 '더 찬스' 국내 합격자였던 문선민(22, 외스테르순드FK)과 윤수용(19, 나이키 아카데미)이 그렇다.
문선민은 이 프로젝트의 1기 최종 합격자다. 스웨덴 2부리그 외스테르순드FK에 입단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윤수용도 지난해 장훈고 재학 시절 프로젝트에서 합격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명지대 재학 신분으로 나이키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익히고 있다.
윤수용은 "명지대도 테스트로 들어갔다. 영국 날씨와 비슷해서 환경은 적응된다"라며 얼마든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이 패스도 잘 해주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더 여유롭게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의 도전을 두고 팀에서도 대환영했다"라며 테스트의 달인답게 노력의 결실을 맺겠다고 웃었다.
새로 만들어지는 팀에 도전한 그의 동기는 '신선함'이다. 이랜드FC의 구성 과정을 지켜봤다는 그는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성 모든 것이 좋았다. 문선민과 함께 꼭 살아남아 같이 뛰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외에도 2011 러시아 명문 디나모 모스크바 입단 경력이 있는 이민규(22, SK흐라니체)나 수원 삼성 유스팀 매탄고 출신 신연수(22)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취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민규는 모스크바 입단 후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아 경기를 뛰지 못했고 어렵게 체코 4부리그 SK흐라니체에서 뛰었지만 최근 계약이 종료됐다. 신연수는 수원과 부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번에 이랜드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이나 경력은 테스트에서 무용지물과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실력과 태도만을 보고 선수 선발을 하겠다는 것이 마틴 레니 감독과 이랜드FC의 방침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이들 도전자들이 백지에서 시작하는 테스트를 뚫고 신생팀 이랜드의 일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효창=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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