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투에서 한 번 패했어도 다시 이기려면 사기가 중요하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고 이기려면 무엇보다 심리적인 우위로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6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남FC-광주FC전은 사기에서 이미 승부가 갈렸다. 1차전에서 3-1로 광주가 승리한 분위기가 뒤집어지지 않았다.
경남 브랑코 바비치 감독대행은 경기에 앞서 다른 때보다 말이 많았다. 그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잔류와 강등의) 그라운드에서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라며 외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선수들이 용기를 내서 이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경남은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부리그 강등 시 부족한 운영 자금 문제 등을 이유로 팀 해체를 거론하는 등 선수단의 힘을 떨어트리는 발언을 했다. 성남FC 이재명 구단주가 SNS를 통해 논란이 될 발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자 홍준표 구단주도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처럼 비춰졌다.
바비치 대행은 우회적으로 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남은 전용 연습장이 없어서 매번 사정해서 운동장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런 것들이 너무 스트레스였다"라며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여건에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전했다. 프로답지 못한 훈련이 결국 강등 PO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라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반대로 광주 남기일 감독대행의 표정은 밝았다. 정원주 구단 대표이사가 고비마다 시도한 소고기 회식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2차전을 앞두고 광주시에서 내년 예산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관심 부족을 보이자 선수들에게 "부족한 구단 운영 자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메우겠다"라며 스스로 나서 걱정을 잠재웠다.
남 대행은 "선수들은 편한 마음으로 나섰다. 대표이사는 말을 하면 지키는 분이다"라며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팀 상황을 전했다.
경남은 절박했다. 경기 시작 후 장내 아나운서는 유독 다른 경기 때보다 많은 멘트로 선수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할 수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호소를 했다.
경남 안종복 사장과 프런트는 초초함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전반이 0-0으로 끝나자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광주가 디에고, 임선영의 부상으로 전반에만 두 명의 선수 교체를 하는 등 나름 경남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1차전에서 두 골 차로 패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한데 좀처럼 골이 터져나오지 않으니 애타는 시간이 흘러갔다.
후반 25분에 경남이 선제골을 넣어 잠시 희망을 빛을 봤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았다. 광주가 29분 곧바로 동점골을 넣으며 경남의 기적을 허락하지 않았다. 역전 승리를 위해서는 경남에 더 많은 골이 필요했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져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결과는 1-1 무승부. 그렇게 광주는 승격의 기쁨을, 경남은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조이뉴스24 /창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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