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故 김자옥이 남긴 일기장이 공개됐다. 암으로 숨졌던 어머니의 이야기, 결혼을 앞둔 아들 걱정 등 가족 사랑이 담겨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13일 오전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서는 배우이자 엄마였던 故 김자옥과 그녀의 가족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처음 공개됐다.
1970년대에는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90년대에는 대한민국에 '공주' 열풍을 몰고 왔고 이후엔 친구 같은 엄마,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줬던 배우 김자옥. 그녀가 지난 11월 16일, 63세의 나이로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혼이라는 같은 시련을 겪고 어렵게 만난 남편 오승근과 가슴으로 낳은 큰 딸, 불임 판정 후 늦은 나이에 선물처럼 갖게 된 막내아들까지, 가족들은 김자옥이 힘든 암투병 속에서도 버틸 수 있게 만든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날 공개된 김자옥의 일기장에는 암투병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 사랑이 담겼다.
김자옥은 일기장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3년, 엄마 가신지 12년. 엄마가 69살에 암수술을 했다'고 거론하며 '난 69살까지는 살거야. 그 때는 영환(아들)이 서른살 넘으니까'라고 썼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들 영환 씨는 김자옥이 마지막까지 일을 놓지 않았던 것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영환 씨는 "저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거다. 그게 가장 마음 깊숙히 움직였을 거 같다. 특히 결혼 때문에"라고 말했다.
김자옥은 아들의 결혼까지는 살고 싶어했다. 영환 씨는 "그게 좀 마음이 아프더라. 그 때까지 못 사셨으니까. 어떻게 보면 어머니가 무서웠던 거 같다. 남편한테도 아들한테도 항상 난 괜찮다. 항상 자기는 아프지 않다 그렇게 말씀 하셨다"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큰 딸 지연 씨는 새엄마였던 자옥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네 살 때 엄마 김자옥을 만났던 지연 씨는 "어렸을 때는 엄마도 저도 서툴렀다. 떠나간 지금은 후회가 많이 된다. 제가 섭섭했던 점을 좀 대화 한 번 해볼 걸. 한 번쯤은 옛날 얘기하듯이 한 번 해보고 싶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이야기 해볼 걸 싶다"고 눈물을 쏟았다.
아내 김자옥을 살뜰히 사랑했던 남편 오승근의 슬픔은 컸다. 꽃을 한아름 안고 김자옥의 납골당을 찾은 오승근은 "내가 봐도 안 믿어진다. 무슨 마술 같기도 하고 여기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남이 저렇게 (관에) 드러누운 것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인정이 안 된다"라며 아내의 죽음을 슬퍼했다.
오승근은 "내가 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게 되면 그 때부터 좀 희미해지겠지. 지금까지는 안정이 안 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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