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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서 조용히 다듬어지는 원석 이정협


슈틸리케 감독이 5번이나 보고 찍어, 미래를 내다본다

[이성필기자]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에 나선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을 지휘하면서 특히 공격진의 움직임을 조용하면서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새 공격 자원을 찾을 가능성을 높이려는 예리한 관찰이다.

이정협(23)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이정기라는 이름으로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던 이정협은 시즌 종료 후 상주에 일찌감치 입대해 군 복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정협의 발전 가능성을 본 부산 윤성효 감독의 권유로 빠른 입대를 결정한 것이다.

이정협은 그렇게 눈에 띄는 공격수는 아니다. 186㎝의 신장을 갖춘 원톱 요원인 그는 데뷔 시즌 27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올해 2월 개명을 통해 이정협으로 새로 태어났다. 올 시즌 상주에서는 25경기 출전해 4골을 넣었다. 강등된 팀 상황과 맞물려 생각하면 저조한 기록이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상무 경기를 다섯 차례나 살핀 뒤 이정협을 이번에 대표 선발했다. 뭔가 흥미로운 움직임을 엿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협은 전지훈련 미니게임에서 경쟁자인 강수일(포항 스틸러스), 이종호(전남 드래곤즈)처럼 골을 넣는 등 강한 인상을 아직 남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측면 공격수가 주포지션인 이들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황의조(성남FC),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와 중앙에서 뛰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공격수의 주임무인 골보다는 동료들과의 협력 플레이가 더 돋보이는 이정협이다. 부산 시절에도 측면에서 파고드는 임상협(현 상주 상무)이나 파그너(부산 아이파크) 등의 침투시 상대 수비와 몸싸움으로 길을 열어주곤 했다. 상주에서도 한상운 등 윙어와 처진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이끌어내면서 자신은 수비 진영까지 내려서서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산 한정국 사무국장은 "이정협은 당장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공격수다. 워낙 성실하고 착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 줄 모른다. 그래도 팀플레이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는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런 점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칭찬했다.

서귀포 전지훈련에서도 이정협은 자기 대신 남을 돋보이게 하는 희생을 앞세우고 있다. 8대8 미니게임에서는 중앙에서 위 아래를 오르내리며 부지런한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슛 기회에서는 집중력 있게 달려들며 킬러의 근성을 드러내려 애쓰고 있다. 피지컬 훈련에서는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숙소 생활에서도 대표팀 경력이 있는 부산 시절의 동료 박종우(광저우 부리)에게 적응법을 묻는 등 부지런하다. 군인답게 규칙적인 생활로 동료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시간 관념이 확실한 선수다. 미팅이나 식사 등에도 항상 먼저 와 있다"라고 이정협의 태도를 전했다.

이정협에게 서귀포는 추억의 땅이다. 2011년 숭실대 재학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의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나선 경험이 있다. 훈련장이나 숙소가 모두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아쉽게 최종엔트리에는 들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조용히 몸만 만들다가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A대표팀의 서귀포 전지훈련이 이정엽에게 추억으로만 남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멀리 보고 있다. 그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없다는 주변의 지적이 많지만 달리 생각하면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잃을 것이 없다. 그것이 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현재 자신의 위치에 맞는 생각을 나타냈다. 직접 대표팀 훈련을 경험해보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큰 소득이라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서귀포(제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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