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미생(未生)', 2014년 하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단어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안방은 온통 '미생' 열풍이다. 유독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문 2014년,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공감 200%의 이야기로 안방을 강타했다.
'미생' 신드롬을 탄생시킨 김원석 감독과 정윤정 작가는 종영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담CGV 엠큐브에서 tvN 금토드라마 '미생' 기자간담회를 열고 종영을 앞둔 솔직한 소회와 드라마 제작 뒷이야기를 전했다.
'미생'을 타고 흐르는 주된 정서는 '그럼에도 오늘도 버틴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정말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이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미생'이 하려는 드라마는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 아니라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어떤 사람도 위로와 힐링을 내세우고 싶어할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감히 그런 말을 내세우지 말자고 했죠. 처음에 공개된 피로회복제 광고 같은 포스터를 보시면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카피가 있는데 회사 차원에서 결정한 거라 따라간 거지, 제가 하려는 드라마와는 정반대의 이야기였어요. 많은 분들이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자세에 위로를 얻었다고 생각해요."(김원석)
김원석 PD가 '미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위로는 '그래도 인생을 살만하니 한 번 살아봐'라는 것이 아니라 '미생' 속 인물들을 통한 '너도 힘들지?'라는 공감의 위로였다.
"'그래도 좀 살만한 거 아냐?'라고 하면 위로 못 받지 않을까요. '너도 힘들지? 그래도 살아야 하잖아'라는 말에 더 위로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원작을 읽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고 하면 보고 싶지 않아 하실 것 같았어요. 드라마가 나가면서 의도가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김원석)
대본을 집필한 정윤정 작가 역시 김원석 PD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정윤정 작가는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고 하면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 처음 자료조사하면서 놀란 게 20대 스펙이 너무 놀랍더라. 그런데 그런 스펙을 가진 20대들이 이렇게 많고, 그런 분들이 잘난 회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다들 저렇게 사는구나, 나도 그렇게 사는데' 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위로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땅콩 리턴 등 갑(甲)의 횡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즈음, 을(乙)의 애환을 그린 '미생'이 주는 의미는 깊고도 묵직하다.
김원석 PD는 "을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드라마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사건이 날 때 '미생'이 회자되는 것이 영광스럽고 고마운 일인 것 같다"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만든 것보다 드라마가 훨씬 더 많은 힘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미생'은 수많은 명대사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내일 봅시다', '우리 애',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등 '미생' 속 대사들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며 눈물을 자아냈다.
'미생' 신드롬을 탄생시킨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공통적으로 '내일 봅시다'를 '미생'의 최고 명대사로 꼽았다.
정윤정 작가는 "명대사 이전에 명장면, 명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일 봅시다'가 명대사인 것 같다. 전 항상 사람들과 '내일 봅시다'를 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김원석 PD는 "'내일 봅시다'는 그냥 딱 들으면 말인데, 맥락에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함의를 가지고 있는 말"이라고 최고의 대사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몬스타'에 이어 '미생'으로 연이어 호흡을 맞췄다. 학교와 직장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두 작품의 큰 줄기는 하나로 이어진다. 불안과 외로움, 아픔이 있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사랑하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직장으로 확장된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의 세계는 윤태호 작가가 완성한 원작 웹툰 '미생'을 단단한 터에 뿌리를 내리고 활짝 꽃을 피웠다.
약 3개월간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미생'은 오는 20일 마지막회인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촬영은 종영 이틀 전인 오늘(18일) 오전 모두 끝났고, 결말에 대해서는 전면 함구령이 내려졌다. 과연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을의 고군분투는 어떻게 끝이 날까, '미생' 장그래에게 '완생'이란, 그리고 우리 '을'들에게 전할 '미생'의 마지막 메시지는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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