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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결산]심판 합의판정제 첫 시행, 소득과 과제는


오심 피해 크게 줄어, 방송사에 전적 의존해야 하는 점은 개선해야

[정명의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계속되는 오심 시비로 심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팬들의 불만이 커지자 올 시즌 후반기부터 심판 합의판정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한국형 비디오 판독이라 할 수 있는 심판 합의판정 제도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올 시즌 시작부터 비디오 판독 범위를 확대해 적용해왔다. 반면 도입이 늦었던 한국 프로야구는 심판이 그라운드에 난입한 관중에게 폭행당하는 불상사까지 벌어지는 등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었다.

◆오심 피해 '47번'이나 줄였다

심판 합의판정 도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오심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심판의 아웃과 세이프 판정은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명백한 오심도 되돌릴 길이 없었던 답답함을 일정 부분 해소하게 된 것이다.

올 시즌 심판 합의판정 요청은 총 115회 나왔고, 그 중 47회 판정이 번복됐다. 번복률은 40.8%. 예전같았으면 논란이 됐을 오심도 합의판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도입 초기에는 혼란도 있었다. 첫 판정이 내려진 후 이닝 중에는 30초, 이닝 교대 상황에서는 10초 안에 심판 합의판정 신청 여부를 정해야 하는 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심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시간 제한에 걸려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내 자리를 잡아나가는 모습이었다.

합의판정으로 인해 승패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았다. 8월6일 청주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연장 2-2로 맞서던 11회말 1사 1루에서 이창열의 투수 앞 번트가 병살타로 연결돼 12회를 준비하게 됐다. 하지만 합의판정 결과 이창열이 1루에서 세이프 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정근우의 끝내기 투런포가 이어지며 한화는 4-2 승리를 거뒀다.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은 심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그 실수를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합의판정의 도입은 심판들에게 숨통을 틔워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불필요한 논란이 사라졌다는 것이 합의판정 도입의 최대 수확이다. 오심으로 인해 심판이 뉴스의 중심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쉽게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사에 전적으로 의존, ML 방식은 비용이 문제

심판 합의판정을 위한 비디오 판독을 전적으로 방송사 중계 화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언제까지 전 경기가 생중계된다는 보장이 없고, 방송사 별로 카메라의 숫자나 위치,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자체적으로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구장마다 MLB 사무국에서 직접 설치한 카메라가 있고, 전체 구장을 총괄하는 판독센터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가 당장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비용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홈런과 파울 ▲외야 타구의 페어와 파울 ▲포스, 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과 세이프 ▲야수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총 5가지로 한정돼 있는 합의판정 대상 항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한국보다 많은 13개 항목에 대해 비디오판독을 시행 중이다.

합의판정에 따른 경기 지연을 줄이기 위한 논의도 앞으로 계속돼야 할 부분 중 하나다. 특히 카메라로도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장면에서는 합의판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는 곧 방송사 별로 카메라 위치와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재미로 알아보는 합의판정 성공률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구단 별 합의판정 성공 확률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합의판정은 감독밖에 신청할 수 없으니 결국 감독들의 성공률이라 볼 수 있겠다.

합의판정만 놓고 볼 때 가장 정확한 '매의 눈'을 가진 감독은 이만수 전 SK 감독이었다. 이 전 감독은 총 14번 합의판정을 신청해 그 중 9번(64.2%) 번복을 이끌어냈다. 8월13일 LG전에서는 4회초에만 두 차례 합의판정을 신청해 번복에 성공했다. 한 경기당 2회를 초과해 신청할 수 없다는 규정에 의해 4회초 세 번째 오심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기도 했다.

두 번째로 높은 번복률을 기록한 사령탑은 김시진 전 롯데 감독. 김 전 감독은 15번 신청해 9번 판정을 뒤집었다. 성공률 60%다. 이어 염경엽 넥센 감독이 50%(6/12),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 46.1%(6/13)로 뒤를 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38.4%(5/13), 선동열 전 KIA 감독은 36.3%(4/11), 김경문 NC 감독은 26.6%(4/15), 류중일 삼성 감독은 25%(2/8)로 40% 이하의 성공률을 보였다.

대망(?)의 최하위는 송일수 전 두산 감독. 송 전 감독은 14번을 시도해 단 2번밖에 판정 번복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성공률 14.2%를 기록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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