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은 이제 강팀의 필수 조건이 됐다. 팀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구단 능력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도 희비가 갈렸다.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밴덴헐크, 7년 만에 20승 투수가 된 밴헤켄을 보유한 삼성과 넥센은 각각 정규시즌 1, 2위를 차지했다. 2011년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2014 프로야구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20승 투수의 출현, 외국인은 타자보다 투수 강세
2014 프로야구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가 휩쓸었다. 2012년부터 넥센에서 뛰었던 밴헤켄은 올해 20승 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면서 2007년 리오스(두산) 이후 7년 만에 20승을 올린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일찌감치 넥센과 재계약을 마친 밴헤켄은 구단의 초청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밴헤켄은 2009년 로페즈(KIA) 이후 5년 만에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밴덴헐크는 13승 4패 180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삼성에서 활약하면서 7승 9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던 밴덴헐크는 한국 진출 2년 만에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실력을 인정받은 밴덴헐크는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두산은 4년간 에이스로 활약해온 니퍼트 잔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14승 7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면서 팀 내 최다승을 올렸다. 성적뿐 아니다. 니퍼트는 4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국내 선수들과의 소통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기량과 인성 모두 검증을 받은 것이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보유가 팀당 한 명씩 늘어나면서 3년 만에 외국인 타자가 등장했다.
시작은 화끈했다. 피에(한화)와 스캇(SK), 테임즈(NC)는 시범경기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맹활약을 예고했다.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박병호(넥센)의 입지가 불안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꾸준하지 못했다. 올 시즌 타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선수는 테임즈(8위·3할4푼3리)가 유일하다. 기대를 모았던 국내 선수와의 홈런 경쟁도 치열하지 않았다. 박병호가 52홈런을 때리면서 외국인 타자를 압도했다. 강정호가 40홈런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테임즈가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37홈런을 때렸고, 나바로(삼성)가 31홈런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의 한 방은 분명 위협적인 존재였다.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지만, 흥행몰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피에는 남다른 승리욕과 스타성을 보이면서 한화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높아지는 몸값, 인성도 중요해졌다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날로 높아지면서 외국인 선수의 몸값도 상승했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메이저리거가 국내 무대를 밟으며 연봉 논란도 거세졌다. 그동안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 후 일제히 연봉 30만달러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뒷돈이 난무했다. 결국 연봉 총액 상한선이었던 30만달러가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외국인 선수 보수 제한이 폐지됐다.
외국인 선수 몸값은 이제 비교적 투명해졌다. 넥센은 밴헤켄과 총액 80만달러에 2015시즌 재계약을 했고, LG는 새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을 총액 90만달러에 영입했다. NC는 찰리, 테임즈와 각각 1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사상 처음으로 연봉 100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몸값이 오른 만큼 기대도 커졌다. 이제 외국인 선수들은 성적뿐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행동에도 신중해야 한다.
SK는 2015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면서 인성에 중점을 뒀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에 녹아들 수 없다면 실력은 무용지물이라는 교훈을 얻은 탓이다. SK는 메이저리그에서 135홈런을 때린 강타자 스캇을 영입했으나 최악의 결과만 남긴 채 일찌감치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스캇은 한국에 온 후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렸고, 마지막에는 이만수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뒤 퇴출당했다.
SK의 또다른 외국인 선수였던 울프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아들의 건강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가 울프와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후 울프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SK는 새 외국인 타자 후보로 거론됐던 제이슨 프라이디의 과거 약물 적발 경력이 드러나자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SK는 다시 외야수와 내야수 후보를 두고 고심 중이다.
경기 도중 외국인 선수의 언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야(두산)는 LG전에서 실점 후 상대 덕아웃을 향해 불만 섞인 말을 했다. 이를 목격한 양상문 LG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뛰어 나와 마야에게 다가갔다. 양 팀의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양 감독은 "마야가 스페인어로 욕을 했다"고 항의했다. 사상 초유의 감독과 상대 팀 선수의 설전은 마야가 다음 날 양 감독에게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14년 만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찰리는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해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 2년 동안 국내 무대서 잡음 없이 활약해온 찰리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이후 찰리는 "은혜를 저버린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한국 프로야구가 4년 연속 정규시즌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2014시즌이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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