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출발선은 동일했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개막 때만 해도 두산 베어스 선발 마운드의 든든한 좌·우 축을 형성한 이들은 시즌이 끝난 현재 희비가 엇갈렸다. 2년 연속 10승을 거둔 유희관이 부동의 좌완 선발로 단단히 입지를 굳힌 반면 최악의 시즌을 보낸 노경은은 겨울 바람이 무척 차갑다.
우선 유희관. 부침이 있었지만 최종 성적은 만족할 만했다. 시즌 30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하며 12승9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타고투저 시즌을 감안할 때 꽤 준수한 성적이었다. 경기당 홈런 1개(9이닝당 1.07개)를 맞았지만 9이닝당 볼넷 2.59로 칼같은 제구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며 177.1이닝을 소화한 점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랑이다.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45.1이닝을 소화한 데 이어 2년 연속 '이닝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최다이닝 4위, 토종 투수로는 단연 1위다.
◆확실한 인상대상 유희관
지난해 2천600만원에서 무려 285% 오른 1억원에 올해 연봉계약한 유희관은 또 한 번 '대박의 꿈'을 꾸고 있다. 인상률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두산은 섭섭하지 않은 대우로 화답할 계획이다. 선발투수의 연봉고과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QS) 부문 10위(14개)에 오른 점도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QS가 많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지만 자신의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크다. 희관이는 확실한 인상 대상"이라고 했다.
다만 인상폭은 아직 미지수다. 두산은 유희관과 한차례 만나 1차 협상을 가졌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제시액을 내놓았고, 선수도 희망액수를 밝혔다. 갭이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일단 내년 1월 5일 다시 만나 재차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전했다.
노경은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2년간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부동의 오른손 원투펀치로 활약한 그는 올 시즌 내내 부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9경기(109.2이닝) 동안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19경기에 선발등판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투구 내용은 크게 좋지 못했다. 'QS의 사나이'란 별명에 걸맞지 않게 올 시즌 기록한 QS가 4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30경기서 18차례 QS를 기록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지난해 1억6천만원에서 올해 2억8천만원으로 연봉이 껑충 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많은 QS 숫자였다.
◆"노경은과는 상당한 금액 차이"
자연스럽게 이번 겨울에는 삭감이 예상된다. 관건은 그 폭이 어느 정도냐는 것. 이와 관련해 두산 측은 "구체적인 금액은 현재로선 말하기 어렵지만 상당 폭의 인하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면서 "올릴 땐 많이, 내릴 땐 적게 해달라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일단 경은이와는 금액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 게 사실이다. 그와도 해가 바뀐 뒤 다시 만나 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희관과 노경은은 2011년 이런저런 요인으로 바닥에 처진 두산이 이듬해부터 부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먼저 선발 기회를 잡은 노경은이 그해 12승 평균자책점 2.53, 이듬해 10승 탈삼진 171개로 크게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유희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먼저 불펜의 셋업맨으로 활약한 뒤 기량을 인정받아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승격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느리지만 탁월한 체인지업과 제구력으로 타자를 맞혀잡는 유희관,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노경은. 스타일은 정반대이지만 팀내 비중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 연봉 고과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의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새 해를 앞두고 희비가 교차하는 두산의 두 토종 선발투수들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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