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강수일(28,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2015년은 진정한 의미의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해다.
강수일은 2014년을 뜨겁게 보냈다.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를 떠나 29경기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측면 공격수와 중앙을 오가며 명공격수 출신 황선홍 감독에게 혹독한 조련을 받아 기량이 많이 성장했다.
체력 운동을 잘 하지 않았던 강수일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 훈련에 비지땀을 쏟았다. 강수일을 아는 동료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신체조건이 너무나 훌륭한데 더 좋은 쪽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늘 쏟아내고는 했다. 황선홍 감독이라는 호랑이를 만난 뒤 강수일은 개인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며 새로운 운동에 눈을 떴고 시즌 말까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즐겁게 뛰었다.
연말에는 좋은 일도 있었다. 국가대표에 부름을 받으며 강수일이라는 이름을 전국적으로 확실히 알렸다. 혼혈 선수라는 특징만 부각됐던 그에게 태극마크는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라는 무게감을 안겨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에게든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며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강수일은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뽑히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 자체평가전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 8월 국내파 중심으로 출전할 동아시안컵에는 충분히 대표로 나설 수 있다.
강수일의 장점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탄탄한 체격에 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해서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것도 체격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A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소중한 경험을 한 강수일은 겨우내 슈팅 등 공격수가 해야 할 일을 가다듬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포항으로 임대됐던 강수일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렸다. 황일수가 상주 상무에 입대해 측면 공격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한 단계 성장한 강수일이 제몫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조성환 신임 제주 감독과의 호흡이 관건이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 이상으로 승리욕이 강했던 황선홍 감독 밑에서 조련을 받으며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훈련마다 강수일을 들들 볶으며 골에 집착하고 플레이에 정성을 들이라고 늘 강조했다. 이기는 축구와 강력한 승부근성을 앞세우는 조 감독 아래에서 강수일이 보여줄 능력이 기대되는 이유다.
공격수가 부족한 제주 입장에서는 강수일의 복귀가 반가울 따름이다. 포항의 구애가 끝난 것이 아니지만 돌아오는 것 자체를 반기고 있다. 짧았지만 A대표팀 경험으로 목표 의식이 활활 살아났다는 점도 호재로 보고 있다.
강수일의 인성이 뛰어난 면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이 거쳤던 스승들과 지인들에게 일일이 신년 인사 전화와 메시지를 돌리는 등 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또, 자신에게 몰려드는 관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스스로 기복을 보이며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이제는 배고픔과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를 잘 알고 있다.
강수일의 한 지인은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탈락 후 강수일은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자기 관리를 얼마나 잘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두리로부터 몇 마디를 들은 뒤 욕심이 커졌다고 한다"라며 올해는 그의 기량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것임을 예고했다.
올 시즌이 개막되고 A매치 데이가 왔을 때 강수일이라는 이름이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게 강수일은 완생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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