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섹시 스타'의 숙명이다. 클라라에겐 일일이 해명하기도 애매한 편견들이 따라붙곤 했다. 탄탄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 노출을 망설이지 않는 자신감과 넘치는 에너지는 종종 의도치 않은 오해들을 낳았다. 배우를 본연의 꿈으로 여겨 온 클라라지만 많은 순간 그의 위치는 연기자와 이슈메이커, 그 중간쯤이었다.
그랬던 클라라가 장편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나섰다. 충무로에 흔치 않은 여배우 투톱 영화의 주인공이다. 분명 크나큰 기회다. 하루 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당한 커리어 우먼 보희(조여정 분)와 폐업 일보 직전의 성인샵 CEO 난희(클라라 분)의 동업 스토리를 그린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제작 홍필름·수필름)에서 난희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 경력을 쌓은 만큼 영화 속 클라라의 모습에서 배우라는 그의 본업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영화 '워킹걸'의 개봉을 앞둔 배우 클라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클라라는 '워킹걸'을 함께 작업한 정범식 감독, 배우 조여정과 호흡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오해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입을 열었다. TV를 통해 봐 온 긍정적이고 해맑은 에너지는 눈 앞에서도 그대로였다.
기술 시사를 포함, 영화를 네 번이나 관람했다는 클라라는 "주변에서 조여정 언니와 호흡이 재밌었다고,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코미디라 신선했다고들 이야기하더라"며 "난희 캐릭터를 통해 여러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는 첫 장편 영화라 작품에 폐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정범식 감독님은 그런 제게 큰 역할을 주셨고 믿어주셨다"며 "이전에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색깔을 잘 잡아주셨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성 전문가인 난희의 이미지가 완벽주의자, 섹시하고 고혹적인 여성이었겠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보희에게 아픔과 외로움을 털어놓는 인물이 돼요. 너무나 잘 맞춰주고 기다려준 조여정 언니 덕분에 현장도 즐거웠죠. 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시구 패션, 시상식 패션 등 여러 이슈들을 통해 '섹시 스타'의 수식어를 얻었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간 비춰지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라라는 "난희와 저의 사이엔 비슷한 면이 많다"며 "외로움이 많다는 것도 그렇고 언니(조여정)에게 의지하며 울고 웃는 인물이라는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보희와 난희가 동업을 하며 좌충우돌을 겪고 서로 사랑을 찾아주잖아요. 그런 면에서 관객들과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워킹걸' 개봉을 기다리니 새해부터 큰 행운을 받은 기분이에요. 정말 개봉일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웃음) 어쨌든 배우는 작품으로 남아야 하니까요."
작품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클라라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그가 보여왔던 거침없이 당찬 행보는 때로 일각의 차가운 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클라라를 둘러싼 오해가 있다면 풀어놔 달라"는 요청에 그는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부자일 것 같다, 잘 살 것 같다는 시선"이라고 답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의외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저는 늘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살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아닌 친척들 손에서 길러진 통에 이동도 많았고 그래서 친구도 없어요.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때까지, 꼭 3년을 빼고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죠. 미국에서도 유학을 한 셈이라 청소 일부터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옷가게, 과외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어요. 연예인이 되기 전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으라면 저는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사고 싶은 것을 샀던 순간들이 떠올라요. 저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으쌰으쌰' 하며 살았는데 말이에요.(웃음)"
일찍이 생계의 현장에 부딪혔던 경험, 독립적인 성장 배경은 '워킹걸'의 난희와 클라라 사이의 또 다른 접점이다. 그는 "아픔이 있지만 겉으론 자신감 넘치게, 멋지게 사는 모습이 난희와 제가 어울리는 면"이라며 "저에게도 아픔이 있었지만 그건 저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사뭇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에게 "섹시 이미지는 클라라를 향한 편견인지 실제 모습인지" 역시 물었다. 망설임 없이 "여자로서 섹시한 게 좋다"고 답하는 그는 천상 평범한 여자였다.
클라라는 "귀여움, 밝음, 해맑음 등 여러 매력들이 있다면 그 중 섹시함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아우라도 바뀔 텐데 그 때마다 무궁무진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옷이나 콘셉트 등 상황에 따라 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렸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배우 장쯔이처럼 무술 액션 영화도 하고 싶고요. 제게 한복이 안 어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한복을 입고 사극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저는 늘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고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아도 모자라다고 여기니 버킷 리스트를 만들며 살아가는 불치병에 걸린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한편 '워킹걸'은 오는 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