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이제 몸풀기는 끝났다. 흑과 백의 경계는 불분명해지고 어슴푸레한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의 물고 무는 싸움, 게임의 본론은 시작됐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는 윤지숙(최명길 분)의 소름끼치는 두 얼굴이 드러났다.
자신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형(이기영 분)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이태준(조재현 분)은 더욱 폭주한다. 이제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태준은 오래 전부터 숨겨뒀던 윤지숙의 비밀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7년 전 지숙과 누구보다 돈독했던 정환은 고위층을 상대로 한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브로커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편법까지 불사한다. 그러나 지숙은 이런 정환을 막아서며 더 이상의 수사를 만류하고, 결국 상심한 정환은 지숙을 떠나 태준의 손을 잡게 된 것.
모두가 정환의 편법 때문이라고 생각한 7년 전 사건에는 비밀이 있었다. 정환이 수사하던 병역비리 사건에 지숙의 아들까지 연루돼 있었던 것. 지숙은 이 사실을 알고 편법을 사용했다는 정환의 약점을 이용, 수사를 백지화시킨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태준은 지숙을 압박하고, 결국 윤지숙은 자신과 자신의 아들을 위해 7년 전처럼 정환을 무참히 버린다.
지금까지 '펀치'에서 윤지숙은 '절대 악(惡)'으로 그려지는 이태준과 맞설 수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그 이면은 끔찍한 거짓이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을 믿었던 사람을 두 번이나 배신한 지숙의 놀라운 두 얼굴에 시청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에 이어 '펀치'로 권력의 정점 속 사람들의 더러운 욕망을 그리는 박경수 작가의 펜은 한껏 벼려져 날카로워졌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힘은 더욱 묵직하고 매서워졌다. 권력 3부작을 완성하는 '펀치'는 드라마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스토리 전개는 단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다. A라고 예측한 순간 이미 스토리는 Z까지 가 있고, 또 순식간에 시청자를 또다시 제자리로 순식간에 데려다 놓는다.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신념에 따라 충실히 행동하지만 동시에 평면적이지 않다. 완전히 선하지도 않으며,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 극히 일부에게는 선한 인물일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취하고 버리는 '펀치' 속 인물들은 극적이면서도 현실과 닮아있다.
그러나 '펀치'는 인간사를 날카롭게 꿰뚫어보지만 인간 본연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잃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박경수 작가가 가진 힘이다.
가장 귀한 자리에서 벌어지는 가장 더럽고 치졸한 싸움, 과연 이 피 튀기는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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