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 두 경기에서 효용가치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군데렐라' 이정협(24, 상주 상무)이 선발 출전하자 멋진 골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정협은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전반 32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시안컵 세 번째 경기에서 골맛을 봤다.
지난 1, 2차전 오만, 쿠웨이트전에서 후반 교체로 출전했던 이정협은 이날은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의도된 출전이었다. 186㎝의 신장을 이용해 높이가 있는 호주의 수비라인에 부담을 주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었다. 수비 가담도 뛰어나고 공중볼 경합 능력도 있어 전략적인 배치였다. 8강 이후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선발 출전으로 경기 감각을 쌓을 필요도 있었다.
지난 4일 A매치 첫 출전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져 데뷔골을을 맛봤던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는 교체요원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의 대체자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으냐는 평가가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의 국내 경기를 5차례나 본 뒤 타깃형 공격수로 뽑아 후반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만, 쿠웨이트전에서의 이정협은 상대 밀집수비에 애를 먹었다. 나름대로 투지 있게 움직였지만 골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에 전체 전형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투입되는 바람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협의 장점은 부지런함과 넓은 활동 반경, 수비 가담이다. 그를 지도했던 윤성효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나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 모두 성실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이정협은 호주 수비진 앞에서 볼을 잘라내 좌우 측면에서 들어오는 공격수들에게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수비수를 등지는 플레이를 하면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볼을 소유하는데 집중했다.
32분의 골은 이정협의 성실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기성용의 스루패스가 좌측의 이근호에게 연결되는 순간 이정협이 수비수 뒤쪽에서 문전으로 침투했다. 이근호의 강한 문전 패스(또는 슈팅)가 골문앞으로 향하자 이정협은 미끄러지며 발을 뻗었고 볼은 오른발에 맞으며 살짝 방향을 바꾸며 호주 골망을 흔들었다. '군데렐라'로 불리는 이정협의 수식어에 딱 맞는 멋진 골이었다.
상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후반 33분 공격으로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메튜 스피라노비치(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의 파울을 유도하며 경고를 선사했다. 이정협으로 인해 스피라노비치는 경고누적으로 8강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그야말로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한 이정협이다.
이정협의 골로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 귀중한 1-0 승리와 함께 그를 선발로 기용할 수 있는 이유를 중명했다. 향후 경기 운영도 훨씬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전략적인 투입을 할 수 있는 공격 자원 확보라는 여유를 얻은 셈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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