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한파'로 알려진 우즈베키스탄 미르잘랄 카시모프(45) 감독은 얼마나 한국축구를 파악하고 있을까.
카시모프 감독은 이를 갈고 있다.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일전을 벌이게 됐다. 8강 진출 후 카시모프 감독은 "한국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반드시 이기겠다"라며 날을 세웠다.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카시모프 감독은 지난 2008년 우즈벡 대표팀 감독을 맡아 2010년 5월까지 지휘봉을 휘둘렀다. 이후 우즈벡 명문 분요드코르 사령탑으로 지리를 이동했다가 2012년 6월 대표팀 감독을 겸임했다. 지난해 4월에는 분요드코르 감독을 관두고 우즈벡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함께 이끌고 있다.
이 기간에 카시모프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3번 만났다. 2008년 10월 수원에서 친선경기를 했고 우즈벡이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근호(엘 자이시)가 두 골,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한 골을 넣었다.
바딤 아브라모프 감독에게 잠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가 돌아온 카시모프 감독은 2012년 9월 홈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한국과 또 만났다. 당시 기성용의 자책골로 앞서가다 곽태휘(알 샤밥)와 이동국(전북 현대)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산자르 투르수노프(보르스클라)의 골이 터져나와 2-2로 비겼다.
가장 억울하다고 주장했던 최종예선 7차전(2013년 6월)에서는 아크말 쇼라흐메도프(분요드코르)의 자책골로 0-1로 패했다. 이 경기를 비겼다면 우즈벡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이뤄낼 수 있었기에 그의 분함은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
분요드코르 감독 재임 당시에는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 일화(현 성남FC), 울산 현대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났다. 분요드코르는 포항의 천적 노릇을 하며 2012년, 2013년 모두 조별리그에서 만나 2승 2무로 압도했다. 2012년 16강에서는 성남에 1-0으로 이겼고 울산과는 그 해 4강전에서 싸워 김신욱(울산 현대), 이근호 등에게 실점하며 1-3, 0-2로 패했다. 한국을 잘 안다는 카시모프 감독의 말이 허언은 아닌 셈이다.
현 한국 대표팀 멤버 중에서는 카시모프 감독이 보지 못했던 인원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김민우(사간 도스), 남태희(레퀴야), 차두리(FC서울),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한교원(전북 현대), 이정협(상주 상무) 정도다. 대표팀을 자주 오갔거나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노출된 차두리와 남태희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카시모프 감독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처음 만난다고 보는 것이 옳다.
특히 우즈벡전 키플레이어로 예상되는 남태희와 김진현은 물론 숨은 병기 이정협, 한교원까지 카시모프 감독이 처음 경험한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이들의 특징을 파악했다고 해도 카시모프 감독이 낯선 선수들을 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기용법을 쉽게 읽기 어렵다는 점도 한국전 대비에 난관일 것이다. 감기몸살과 부상 등으로 조예선 3경기를 치르는 동안 강제 로테이션을 가동한 상황에서 8강전 멤버 구성을 어떻게 할 지는 슈틸리게 감독만 안다. 아무리 우즈벡과 카시모프 감독이 한국을 잘 안다고 해도 공략법을 쉽게 찾기 어려운 이유다.
카시모프 감독만큼이나 한국 선수단 역시 우즈벡을 잘 안다. 키플레이어인 세르베르 제파로프(전 성남)나 티무르 카파제(악퇴베) 등 K리그에서 뛴 선수들의 경우 그들의 특징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골키퍼 이그나티 네스테로프(FK로코모티프 타슈켄트)는 한국전 단골손님이라 움직임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김진현, 이정협 등의 새로운 스타를 만들며 정상궤도로 진입 중이다. 반면 우즈벡은 8강 티켓 1장을 놓고 죽기살기로 붙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차전을 제외하면 딱히 경기력이 인상적이지 못했다. 한국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 카시모프 감독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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