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력에 대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2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4일 부산시에서 발표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 입장'에 대한 영화제 측 입장을 알렸다.
부산시는 이 발표와 관련해 임기가 남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해 영화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014년 제19회 BIFF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갈등을 빚은 것과 관련한 보복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BIFF는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부산시의 '지도점검'을 받아왔다"며 "통상 점검반에서 지적사항을 제시하면 사무국에서 소명하는 절차를 거친 후 확정된 지도점검 결과를 공문으로 통지하고, 사무국에서 조치 결과를 회신해 왔다.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서로 동의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알렸다.
영화제 측은 부산시의 발표 내용에 포함된 직원을 공개채용하지 않았다는 지적, 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한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 등에 일일이 해명했다.
또한 "올해 제20회를 맞아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부산'의 명성과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내실과 품격을 드높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이같은 사태에 대해 이날 12개 한국영화관련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초래한 부산시가 지금이라도 사퇴 종용을 철회하길 바란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이하 부산국제영화제 측 공식입장 전문
현안에 대한 부산시의 요구사항, 공식 접수하면 숙고하여 정중하게 응대할 터 - 내실과 품격을 드높이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준비에 만전 최근 부산시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고, 부산시는 1월 24일(토)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공식화 했다. 부산시는 이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시는 이용관 현집행위원장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인적쇄신 등 조직혁신 방안과 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비전을 제시할 것을 영화제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금까지 부산시로부터 '조직혁신 방안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거나, '지도점검에서 나온 문제점의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바 없다. 그런 요구를 했다는 부산시의 주장을 언론에 보도된 기사로만 봤다. 공식 요구가 오면 당연히 제시할 것이다. 이처럼 부산시의 지도점검과 후속조치에 이르는 과정이 예년과 많이 달라 당혹스럽고 그 배경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부산시의 '지도점검'을 받아왔다. 통상 점검반에서 지적사항을 제시하면 사무국에서 소명하는 절차를 거친 후 확정된 지도점검 결과를 공문으로 통지하고, 사무국에서 조치 결과를 회신해 왔다. 이번에는 많이 다르다. 점검 당시 확인서에 덧붙여 쓴 담당자의 약식 의견 이외 사무국의 소명 절차도 없었고, 아직까지 확정된 지도점검 결과를 공식 공문으로 통보 받은 사실이 없다. 점검 당시 지적사항으로 언급된 사안에 대한 소명자료와 개선방안을 사무국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부산시는 개선을 요구한 문제점이라며 세 가지를 적시한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이에 대한 해명자료는 뒤에 따로 붙임)
부산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도점검을 해보니 문제가 많아서 운영을 개선하고 개혁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묻고, 개선할 일은 개선하면 될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개선 방안을 내놓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먼저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쇄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을 때 인적쇄신이니 조직혁신이니 언급해야 수긍할 수 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서로 동의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단히 유감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가 지도점검 결과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라고 공문으로 공식요청하면, 숙고하여 정중하게 응대할 것이다. 아울러 올해 제20회를 맞아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부산’의 명성과 자긍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내실과 품격을 드높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붙임]부산시 보도자료에 적시한 지적사항에 대한 해명 자료 1)직원을 공개채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100여명에 가까운 단기스태프를 전면 공개 채용한다. 단기스태프는 업무에 따라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0개월 이상 일을 하게 되고, 이 단기스태프 중에서는 몇 해에 걸쳐 스태프로 일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이들 중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난 일부는 다음해 기간제 또는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최소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또는 계약직 직원 중에서 선발해 정규 직원으로 공개 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규 직원은 최소 2년 이상 ‘단기스태프 → 기간제 또는 계약직’을 거쳐 검증된 사람 중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몇 개월의 수습기간을 두는 것보다 훨씬 엄격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한다.
공개채용의 목적이 능력이 있는 인재가 많이 응모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채용과정의 부정이나 청탁을 예방하자는 것이라면, 단기스태프로 공개 채용한 후 다년간 단계적으로 수련과 검증을 거친 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은 문제점이 아니라 모범사례로 권장해야 할 것이다.
강조할 것은, 최근 2년 동안 정규직원은 전원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했으며, 부산시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규인력을 확보’했다는 지적은 2년 전의 과거 사례이다.
2)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영화제는 특정 기간에 한정된 단순 행사가 아니라 상시 연속성을 가진 사실상의 연중 지속 행사이며, 이에 따른 업무와 조직 운영의 특성상 돌발적이거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과실이 발생한 경우는 있다.
지도점검 당시 부적절한 집행이라고 제시한 몇 가지 사례는 착오나 단순 과실에 따른 것이 대부분으로, 이를 포괄해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은 상당히 과장된 표현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당연히 시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3)프로그램선정과 관련한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제영화제의 초청 상영작은 특정 시기에 접수를 받아서 일괄 심사로 초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래머는 물론 영화제의 모든 역량으로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동해 전 세계 영화계 동향과 제작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사전 교섭을 진행하는 등 연중 상시 업무를 통해 초청작을 선정한다. 따라서 초청작 선정 과정과 절차는 천차만별이다.
초청작 선정기준도 프로그래머의 영화관(觀)과 안목에 따른 주관적 판단이 먼저이며, 이는 존중해야 할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본적인 권한이다. 따라서 프로그래머의 초청작 선정 경향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된다. 이는 세계적인 유명 영화제들도 마찬가지이다.
프로그래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역할을 존중해 온 전통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의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된 핵심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는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해 외압에 따라 논란이 일었던 극히 이례적이었던 최근 사례 이외에는 지난 19년 동안 독보적인 호평을 받아왔다.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작품을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미비했다면 시정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프로그램 선정에 관련하여 상임집행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직접적으로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이와 관련한 지금의 행정적 근거가 실효성이 없거나, 규정을 위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간소하게 고치는 것이 맞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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