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축구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이 말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축구 대회인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아시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그리고 아시아 최고 순위인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분명 월드컵으로 평가했을 때 아시아 최강은 한국이다. 그 어떤 아시아 국가도 한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아시아 최고 성적을 자랑하는데 아시아 최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정작 아시아 국가끼리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떤가. 아시아 최강이라 부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한국은 아시안컵 2회 우승으로 일본(4회), 이란(3회), 사우디아라비아(3회)에 이은 4위다.
우승도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1960년 한국 대회에서 두번째 우승을 한 이후 55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이 우승할 당시는 4개국 리그전이었다. 따라서 참가국이 늘어나 본격적으로 조별예선과 토너먼트가 생긴 후, 아시안컵이 제 자리를 잡은 후에는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한국보다 아시안컵에서 월등한 성적을 낸 국가들이 있다. 따라서 아시안컵 무대에서는 한국을 아시아 최강이라 할 수 없다.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 최강자다. 그리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있다. 한국은 아시안컵 역사에서 이들과 비교하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최강이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최강이 아닌 한국 축구, 이것이 한국 축구의 모순이다. 월드컵에서 최강이고 아시안컵에서 최강이 아니면 이는 최강인가, 아닌가. 월드컵에서 최강이라 해도 아시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니, 당당하게 최강이라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모순이 없으려면 월드컵에서도 최강이어야 하고 아시안컵에서도 최강이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인정하는 아시아 최강이라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껏 그러지 못했다. 월드컵에서만 강한 '반쪽 아시아 최강'이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한국이 드디어 이런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모순을 깨려 한다. 진정한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 섰다. 한국은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고, 31일 오후 호주와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한국이 호주를 꺾는다면 5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55년 동안 사로잡혔던 모순과도 이별할 수 있다. 한국은 3회 우승으로 아시안컵 우승 횟수 공동 2위로 올라서고, 4회의 일본을 추격할 수 있다. 또 아시아 최강자 자격으로 아시아를 대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설 기회도 잡는다.
결승전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장 기성용 역시 이런 모순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에서나 아시안컵에서나 한국이 아시아 최강의 위용을 드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성용은 "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원정 16강 등을 통해 아시아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이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보다 아시안컵 우승 횟수가 높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한 번쯤은 한국이 아시아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이번이 좋은 기회다"라며 모순을 깨기 위해서는 우승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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