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예상대로였다. 경기장에는 노란 물결이 넘쳤다.
1월 31일 한국과 호주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당초 8만3천여 석이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경기장이 꽉 차지는 않았다. 그래도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총 7만6천385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당연히 노란색 옷을 입은, 호주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기장이 노란색 밭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당연히 한국의 팬들도 있었다. 한국팬들 약 1만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노란 밭에 '붉은 꽃'이 핀 것이다. 그 붉은 꽃은 아름답게 피어났다.
'역시나'였다. 붉은색 강렬함이 노란 물결을 압도했다. 숫자는 적었지만 한국의 팬 붉은 악마들은 호주팬들을 압도했다. 1만이 아니라 7만여 명이 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그들의 함성은 호주팬들이 내지르는 소리보다 더 잘 들렸다. 그리고 호주팬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외쳤다. 열정이 있었고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어떤 나라의 팬들과 붙어도 승리하는 붉은 악마는 자랑스럽고 또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번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한국 축구팬들은 더 큰 감동을 전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감동을 느끼는 결정적인 것, 바라보기만 해도 뭉클해지는 것, 바로 '태극기'였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팬들은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나올 때 대형 태극기를 펼치지 않았다. 애국가가 나올 때 대형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은 한국의 붉은 악마 응원의 상징과도 같은 퍼포먼스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 교민들로 구성된 팬들만 있었기에 대형 태극기는 준비되지 않았다.
그런데 결승전에는 드디어 대형 태극기가 등장했다. 한국에서 경기가 열릴 때만큼 엄청나게 큰 태극기는 아니었지만 '감동의 크기'는 변함이 없었다. 붉은 악마 20여명이 결승전 응원을 위해 시드니를 찾은 것이다. 대형 태극기도 함께 챙겨 온 것이다. 그래서 결승전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대형 태극기가 등장했다. 외국에서 열리는 경기 때 대형 태극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태극기의 감동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애국가 연주 때 등장했던 대형 태극기를 경기 도중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대형 태극기가 다시 펼쳐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결승전에서는 다시 한 번 태극기가 등장했다. 언제였을까.
후반 44분이었다. 손흥민의 동점골을 터졌을 때였다. 한국이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터진 극적인 동점골, 손흥민은 골을 넣은 후 한국 팬들이 모여있는 관중석 쪽으로 달려갔다. 그 때 팬들이 태극기를 펼쳐 화답한 것이다. 이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손흥민과 한국 축구팬들이 만든 이날 경기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한국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호주에 1-2로 패배했다. 간절히 원했던 우승은 하지 못했다. 너무나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붉은 팬들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태극전사들과 함께 했고, 함께 아쉬워하고 울었다. 패했어도 그들을 질책하지 않고 안아줬다. 대표팀의 투지와 투혼에 진심의 박수를 보냈다.
결승까지 오른 태극전사들만큼이나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수고했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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