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라몬 라미레스-프레난도 니에베-스캇 프록터-개릿 올슨-데릭 핸킨스-크리스 볼스테드. 열거하기도 벅찰 지경이다. 눈치 빠른 이들은 알겠지만 최근 몇 년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돌아간' 외국인 선수 명단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지난 2011년 한국땅에 발을 내딛은 더스틴 니퍼트의 '짝꿍'들이다. 매년 이름이 바뀌었다. 이들 가운데 입단 이듬해에도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없다. 프록터와 니에베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시즌을 마치지도 못하고 중도 퇴출됐다.
유일한 예외가 '쿠바 출신' 유네스키 마야(34)다. 지난해 8월 볼스테드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 시즌에도 두산에 잔류했다. 당초 두산은 또 다른 투수를 물색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신임 김태형 감독이 마야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재계약으로 선회했다.
◆'로테이션 허리' 역할 중요성
마야는 독특한 투수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카리브해 출신 답게 불같은 다혈질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그의 투구를 지켜보면 무척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는 제구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혼자 흥분해서 볼넷을 남발하다 자멸하는 경기가 별로 없다. 다만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이 아니다보니 공이 조금만 몰리면 큰 것을 허용하기 쉽다. 실전에선 140㎞ 후반대의 속구도 가끔 구사하지만 역시 그의 강점은 정교한 컨트롤과 자신있는 구종의 공을 원하는 코스로 집어넣는(커맨드) 능력에 있다.
하지만 마야가 앞선 외국인 투수들의 전철을 밟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에이스 3명이 잘 해주더라도 로테이션의 중간이 뻥 뚫린다면 유기적인 시즌 운영이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아직 미정인 5선발의 불확성실까지 더해질 경우 덕아웃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로테이션의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게 될 마야의 어깨가 무척 중요한 이유다.
마야도 자신에 대한 팀의 기대를 꽤 잘 알고 있는 분위기다. 그는 "팀에 합류하기 두달 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며 "몸상태가 무척 좋다. 선발등판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이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야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사람은 역시 김 감독이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훨씬 잘 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구질이 꽤 괜찮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은 편이다. 올 시즌 기대해볼 만한 선수"라고 말한다.
◆안정되고 꾸준한 투구 급선무
한국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쿠바 출신인 마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끈다. 최근 쿠바와 미국 정부간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쿠바 출신 선수들의 아시아 야구 시장 진출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그가 KBO에서 입지를 제대로 굳힌다면 더 많은 쿠바 선수들을 한국 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마야의 가장 큰 관건은 꾸준한 투구다. 지난해 그의 투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들쭉날쭉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특정팀에게 강하고 약한 모습이 극명히 노출된 점은 보완거리다. 지난해 그는 NC와 롯데를 상대로 한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45로 특급피칭을 펼쳤다. 그러나 SK와 넥센전 합계 3경기에선 1패 평균자책점 9.48로 고개를 숙였다.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피칭, 안정감과 꾸준한 경기 운영 능력은 그에게서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다. 줄줄이 퇴출된 '니퍼트 짝꿍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 문화와 음식 등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 적응됐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자신감을 한껏 나타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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