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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 손흥민, 차범근의 대기록에 접근


차범근 시즌 최다 19골에 5골 차, 한국선수 최초 유럽 무대 20골도 가능

[이성필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3, 레버쿠젠)은 지난 1월 국가대표로 차출돼 호주 아시안컵을 치렀다. 감기몸살까지 겹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실력을 자랑했다.

피곤한 가운데 소속팀 레버쿠젠에 복귀한 손흥민은 지난 8일 2014~2015 분데스리가 20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전에 교체 출전한 뒤 15일 볼프스부르크와의 21라운드에는 선발로 나섰다. 아시안컵 종료 후 첫 선발 출전이었다.

레버쿠젠은 4-5로 패했지만,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진출 후 통산 두 번째 해트트릭을 해냈다. 레버쿠젠의 허약한 수비가 조금만 더 버텨줬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고,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 결과였다.

손흥민이 세 골을 넣은 장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었다. 후반 12분 0-3으로 뒤진 상황에서의 첫 골은 볼프스부르크 디에고 베날리오 골키퍼가 슛을 잡다가 순간적으로 다리 사이로 떨어트려 볼을 더듬은 것을 놓치지 않고 뛰어들어 발을 들이밀어 만든 것이었다. 투지와 의지가 빛난 골이었다.

17분 두 번째 골은 퍼스트 터치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줬다. 중앙선 아래에 있던 중앙수비수 파파도풀로스의 롱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키퍼와 수비 옆으로 가볍게 차 넣었다. 한 번의 볼 트래핑 후 곧바로 오른발로 넣었다.

손흥민은 수비수 두 명 사이에 있었다. 골키퍼까지 뛰어나오던 상황이라 슈팅에 애를 먹을 수 있었지만,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퍼스트 터치의 강약 조절이 안되는 것은 한국 축구의 고질병 중 하나다. 탁월한 볼 다루기는 손흥민이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알려줬다.

22분 세 번째 골은 손흥민의 전매특허와 같은 골이었다. 코너킥을 시도한 볼이 수비에 맞고 뒤로 나왔다. 이를 잡은 곤살로 카스트로가 오른쪽 측면으로 밀어줬다. 볼을 받은 손흥민은 상대 수비 한 명을 따돌리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들어가며 왼발로 강력한 슈팅을 해 골을 터뜨렸다. 조금이라도 손흥민의 움직임을 놓치면 여지없이 골이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분데스리가에서 지고 있는 팀에서 해트트릭이 나온 것은 2004~2005 시즌 당시 뉘른베르크의 마렉 민탈이 함부루크전에서 3골을 넣은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그야말로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아닌 손흥민의 레버쿠젠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소나기 골로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22일 하노버전 12라운드 이후 3개월 동안의 골 가뭄을 해결했다. 동시에 시즌 14호골(정규리그 8골, DFB 포칼 1골, UEFA챔피언스리그 5골)로 이전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인 12골(2012~2013, 2013~2014)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제는 한국 축구의 신화 같은 존재인 차범근(62)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에 도전한다. 차 감독은 1985~1986 시즌 레버쿠젠에서 19골(정규리그 17골, DFB포칼 2골)을 터뜨렸다. 현재까지의 흐름이라면 손흥민이 충분히 이 기록을 깨고 20골 이상을 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레버쿠젠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경기를 치르고 정규리그도 아직 많이 남았다. 손흥민이 차 감독의 기록을 깬다면 한국 선수 최초 유럽 무대 20골이라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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