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포메이션 활용의 대가였다. 상대나 팀 사정에 따라 4-3-3과 4-4-2를 적절하게 구사했다. 특급 윙어들이 존재해 다양하게 선수를 넣었다가 빼며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었다.
반면 루이스 판 할 감독은 플랫3에 기반을 둔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플랫3를 앞세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던 판 할 감독이다.
맨유에서도 판 할의 플랫3는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수비 대형이 엉성해지면서 상대의 역습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판 할 감독은 플랫3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플랫3는 맨유의 공격마저 무디게 했다. 중앙 공격의 짜임새가 없어지는 것이다. 측면의 윙어들이 수비에 가담하다 보니 중앙에서는 고립되는 등 역효과를 냈다. 약팀이 맨유를 상대하면 철저한 수비 위주 전략으로 역습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다.
17일(한국시간) 영국 프레스턴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FA컵 16강 맨유-프레스턴(3부리그)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판 할 감독은 시즌 내내 처진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던 웨인 루니를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했다.
루니의 파트너는 라다멜 팔카오였다. 정적으로 움직이는 팔카오로 인해 루니는 어정쩡한 상황에 놓였다. 대인마크로 맨유를 수비하는 프레스턴 입장에서는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했다.
전반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한 맨유는 후반 2분 프레스턴의 레이어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야말로 뼈아픈 상황이었다. 올 시즌 선제골을 내준 경기를 뒤집은 적이 없었기에 이변의 어두운 그림자가 맨유를 덮었다.
고민하던 판 할 감독은 후반 팔카오를 빼고 마루앙 펠라이니를 최전방으로 배치해 롱볼 전략을 펼쳤다. 과거 맨유가 적절히 활용하던 전략 중 하나였다. 이는 통했고 20분 안데르 에레라의 동점골이 터졌다.
27분에 맨유의 역전골이 나왔다. 이번에는 펠라이니가 주인공이었다. 측면에서 연결된 가로지르기를 헤딩슛했고 골망을 흔들었다. 43분에는 루니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골을 넣어 3-1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판 할 감독은 이기긴 했지만 여러모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자신이 신봉하던 플랫3를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플랫4로 전환 후 공격이 통한 것을 확인해 머리가 아픈 상황에 놓였다. 남은 정규리그에서도 이같은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맨유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맨유는 FA컵 8강전에서는 아스널을 만난다. FA컵 우승을 노리는 상황에서 만만찮은 상대를 만난 맨유는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졌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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