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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감독 기수론', 야구판 달군다


김태형·염경엽·김기태·이종운의 '모던 베이스볼'

[김형태기자]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김영덕(79) OB 베어스 감독의 별명은 '아버지'였다. 부모처럼 푸근한 인상과 덕으로 선수들을 품어 안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그의 나이는 46세였다. 2004년 두산 베어스의 신임 사령탑에 임명된 김경문(57) 현 NC 다이노스 감독은 "어린 나이에 중책을 맡게 돼 선배들에게 미안하다"며 스스로 몸을 낮췄다. 당시 그의 나이는 46세였다.

시대가 바뀌었다. 40대 지도자는 더 이상 근엄한 '어르신'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도 아니다. 프로야구의 새로운 근간이 되고 있다. 30년대생 지도자들이 판을 치던 프로야구 초창기와 달리 이젠 60년대 후반생까지 덕아웃 지휘권이 넘어왔다. 머지 않아 70년대생 감독도 나올 전망이다.

10명의 프로야구 감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명이 불혹의 세대다. 염경엽(47·넥센)·김기태(46·KIA)·김태형(48·두산)·이종운(49·롯데)은 서로 2∼3살 차이이지만 성향은 제각각이다. 광주일고 동기인 염경엽과 김기태, '서울 토박이' 김태형에 '부산 사나이' 이종운은 출신 지역 만큼이나 저마다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준비하는 사나이' 염경엽

우선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거둔 염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학구파'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대신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는 치밀하게 파고 드는 '매니아적 성향'이 있다. 일찌감치 재테크에 눈을 떠 부동산으로 꽤 큰 재미를 볼 만큼 전문가 수준이다. 그가 추구하는 야구도 성향과 다르지 않다.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자율형이지만 그 안에선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치밀한 연구'가 바탕에 깔려 있다. 넥센 야구를 단순히 큰 스윙에 의존하는 힘의 야구로만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의 현실적인 야구관은 개인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 광주에서 이름난 재력가였던 부친이 사업 투자 관련 사기를 당해 큰 재산상 손해를 보면서 그는 일찌감치 돈벌이에 눈을 떴다. 스스로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한 뒤 실전투자로 재테크의 기본을 몸에 익혔다. 야구도 마찬가지. 선수로 명성을 날리지 못한 그는 은퇴 뒤 구단 프런트오피스 직원으로 일하면서 남몰래 지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운영팀 실무자로 용병 영입과 선수단 관리를 총괄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2004년 현대 운영팀 과장 시절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비를 맞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양복이 모두 젖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의 나는 초라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형 지도자' 김기태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고향팀으로 복귀한 김기태 감독은 '열혈의리파'다. 사람을 좋아하고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볼펜을 굴리기 보다는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전형적인 '호인형 지도자'로 선수들을 '정'으로 한데 묶지만 혼낼 때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다그친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예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의 야구에서는 토속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지난 2013년 첫 지휘봉을 잡은 LG에서 팀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해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일찌감치 지휘봉을 놓았지만 스스로는 "세상과 야구 공부를 많이 한 한 해였다"며 지도자로서 더욱 성숙해진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자타공인 한국야구계의 손꼽히는 엘리트 중 하나다. 광주일고-인하대를 거치며 국가대표 4번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1루수 김기태·2루수 박정태(경성대)·3루수 유지현(한양대)·유격수 이종범(건국대)의 1990년대 초반 대표팀 내야는 한국 야구 역사상 손꼽히는 멤버였다. 프로에서도 통산 2할9푼4리/4할1푼/5할1푼5리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 스타였다. 2년여의 짧은 감독 생활이 더해진 그는 나락으로 떨어진 KIA의 부흥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안았다.

◆베일 멋는 김태형·이종운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김태형·이종운 감독의 야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구단 안팎의 기대감은 무척 높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이 오랫동안 점찍은 차세대 지도자. "기존 감독들의 장점을 합쳐놓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구단 관계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치밀하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은 김경문 감독에게서, 선수들을 믿고 맡기며 '빅볼'을 추구한다는 점에선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의 그것을 빼다박았다는 평가다. 선수단 분위기를 잡을 때는 무섭게 다그친다는 점에선 김기태 감독과, 선수 하나하나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며 디테일에 강하다는 점에선 염경엽 감독과도 비교된다.

이종운 감독의 경우 여전히 궁금증이 많은 지도자다. 지난해 김시진 감독의 전격 사퇴로 갑작스럽게 중책을 맡은 만큼 올 시즌 어떤 방향으로 선수단을 이끌지 가장 눈길이 쏠리는 인물이다. 일단 그는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다. 외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 당시 주력 멤버였던 그는 유일한 외야수 출신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올 시즌 KBO 감독들의 현역 시절 포지션은 내야수(김용희·류중일·염경엽·김기태), 포수(김경문·조범현·김태형), 투수(김성근·양상문), 외야수(이종운) 순이다. 외야수들의 자존심이 그에게 걸려 있다면 부담일까.

◆40대 기수, 모던 베이스볼로 돌풍 예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시절인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면서 '40대 기수론'은 한국사에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 50대 이상 중견 감독들이 주류를 이루는 KBO에서도 40대 감독은 항상 '젊은 피'의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 현역 지도자 가운데에서도 40대 감독 4인방은 이전 지도자들과는 다른 현대적 의미의 야구관을 저마다 주창하고 있다. 각론은 달라도 총론은 같다. 고루한 야구관을 혁파하고 그라운드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속내다. 이른바 '모던 베이스볼'로 무장한 이들이 2015년 야구판에 또 한 번 신선한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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