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달 31일 저녁 부산 당감초등학교에서는 '군데렐라' 이정협(24, 상주 상무)을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축구스타로 떠오른 당감초교 52회 졸업생 이정협을 위한 격려의 자리였다.
이정협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도박처럼 대표팀에 깜짝 선발해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겼고 아시안컵에서는 고비마다 골을 넣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도전은 모든 이의 본보기가 됐다. 특히 챌린지(2부리그)에서 발굴해낸 스타라는 점에서 많은 K리거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한국의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아시안컵을 마친 이정협은 '국군체육부대 상병'이라는 신분으로 돌아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바쁘다. 그런 와중에도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은 팀에 합류한 이정협에게 "이제 주전 경쟁을 해야지?"라며 도전 의식을 심어줬다. 대표팀에서 불살랐던 열정을 소속팀 상주에서도 제대로 뿜어주기를 바란 것이다.
2013년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한 이정협은 철저한 후보였다. 교체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2년간 뛴 52경기 중 풀타임은 4경기에 그쳤다. 그래서 A대표팀에서의 활약은 기적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정협을 바꿔놓은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박건하 코치의 한 마디였다. 박 코치는 "공격수는 이기적이어야 한다. 골 욕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적극적인 선수로 변신하기를 바랐다.
아시안컵에서 출전할 때마다 몸을 던진 이정협은 2골 1도움 활약을 펼쳤다. 모두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격포인트였다. 박 코치의 강력한 한마디가 이정협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이다.
박 코치는 "그 때 (이)정협이에게 말했던 것은 좀 더 강한 공격수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성격적으로 이기적이 돼라는 것이 아니라 골문 앞에서 이기적인 선수가 돼달라고 한 것이다"라며 아시안컵을 계기로 이정협이 확실히 달라져 보인다고 전했다.
이정협은 올 시즌 부담이 크다. 상주는 지난해 클래식 꼴찌로 2부리그 강등을 맛봤다. 이정협에게는 군인 정신을 앞세워 상주의 승격을 이끌어야 할 책임감이 생겼다. 물론 그는 9월 중 전역할 예정이어서 최종 순위는 남은 동료들의 능력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래도 이정협은 복무 기간 할 일은 해놓고 원소속팀 부산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타적인 공격수에서 좀 더 이기적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정협은 수비 가담이 많은 희생적인 공격수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도우미들이 많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 역시 현대 축구 공격수들의 미덕이긴 하지만, 수비까지 내려와 소모하는 체력을 아껴 전방에서 상대를 지속해서 압박해 기회를 얻도록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챌린지와 클래식의 경기 속도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클래식지에서 했던 경기 경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주 외에도 안산 경찰청, 서울 이랜드FC, 대구FC, 경남FC 등 승격을 노리는 팀들이 공수에 걸쳐 알찬 선수 보강을 해 쉽지 않은 시즌이 예상된다. 팀에서 '해결사' 이정협을 기대하는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다른 이정협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 등 기존 대표팀 멤버들은 부상에서 회복해 K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협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다. 지속적으로 A대표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정협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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