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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앵그리맘', 뻔한 학원물 아니었다…어쩌면 우리 이야기


엄마로 돌아온 김희선, 기대 이상의 호연

[이미영기자] '앵그리맘'의 시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뻔한 학원물도 아니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제법 깊숙하게 던졌다. 엄마로 돌아온 김희선의 모성애는 절절했다. 김희선이 학교로 가야하는 타당한 이유가 생겼다.

MBC 새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은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헤쳐나가는 통쾌활극이다.

18일 첫방송에서는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사실에 분노한 일진 출신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조강자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억척 주부이자 고교생 딸 오아란(김유정 분)의 엄마다. 아란에게 끔찍하지만, 아란은 방문을 걸어잠그고, 비 오는 날 마중 나온 엄마에게 화를 냈다. 자신의 잘못을 묻는 강자에게 딸 아란은 "엄마가 엄마인 게 잘못이다"라고 모진 말로 충격을 안겼다. 조강자는 그런 딸이 섭섭하면서도 자신 역시 그랬던 고교생 시절을 떠올렸다.

강자는 어느날 아란의 몸에서 상처와 멍을 발견하고 학교폭력을 의심했다. 강자(김희선 분)는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오히려 담임은 전학을 가라고 회유하며 "소문나면 전학가서도 따 당한다" "가해학생의 부모가 대학총장이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교육청과 경찰도 찾았지만 확실한 물증과 피해자 진술이 있어야 접수가 된다며 아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다. 답답한 마음에 안면 있는 판사를 찾아지만, 오히려 잔인한 현실을 목격했다. 판사 앞에서 울며 사과하던 학교 폭력 가해학생이 법정 밖 후미진 곳에서 피해학생을 때리며 협박했다. 법정투쟁 중 자살한 피해 학생의 엄마는 판사에게 "끝까지 싸우면 이긴다면서요. 법 같은 거 믿는게 아니었다"고 원망하며 울부짖었다. 딸의 학교 폭력을 해결하느라 백방으로 뛰던 강자는 현실 앞에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딸 아란의 학교 폭력도 세밀하게 그려졌다. 친구를 돕느라 자신 역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아란이었다. 친구와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회유하는 교사 도정우(김태훈 분)에게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겁나는 거 아니냐"라고 일침을 가했고 이어 "이경이 제 친구다. 제가 지켜줄 거다. 누구도 못 건드리게"라며 똑부러지게 말했다.

그러나 강자가 학교 폭력의 현실에 절망하고 있던 그 시각, 아란에게도 큰 일이 닥쳤다. 누군가가 아란을 찾아와 협박했고 폭력을 휘둘렸다. 아란은 두려움에 떨다 쓰러졌다. 귀가길에 딸을 본 강자는 딸의 친구 이경을 찾아나섰고, 그 곳에서 '그러다가 아줌마 딸 죽는다'는 협박을 들었다.

학교로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고교시절 일진에서 억척 주부로 살아가던 강자는 '벌구포 사시미'의 컴백을 알렸다. 예고편에서는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고생이 되는 강자의 모습이 그려지며 활약을 예고케 했다.

이날 방송된 '앵그리맘'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가 아니었다. 사춘기 딸과 갈등을 빚고 답답해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학교 폭력에 멍들어가는 아이들, 자신이 편하고자 부당한 것을 못 본척 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현실이 스며들어 있었다. 학교라는 작은 세상 속에 깃든 권력의 이야기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고 겪는 이야기들이었다.

여기에 '앵그리맘'은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제법 세밀하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강자가 학교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위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린 건 아니었다. 끔찍한 학교 폭력의 실태, 그리고 부당한 현실을 알렸다.

스토리에 흥미 유발 요소도 촘촘하게 그려넣었다. 강자와 아란이 실제 친모녀가 아니라는 반전이 시작부터 숨어있었고, 학교 폭력 그 이상 어른들의 권력 싸움이 침투돼 있음을 알리며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희선과 김유정의 열연도 돋보였다. '미녀 배우' 김희선은 없었다. 뽀글 머리의 억척 주부로 변신했고, 찰진 욕도 서슴치 않았다. 호쾌한 액션 연기도 선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엄마' 김희선의 연기는 자연스러워졌고 깊어졌다. 딸 아란을 바라보며 무너지는 눈빛은 아팠다.

김유정 역시 도도하고 시크하고 여고생이지만 학교 폭력 앞에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여고생 아란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했다.

'앵그리맘'의 김희선은 '교실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강자가 학교에 등교하면서 벌이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물론 학교 폭력 더 나아가 사학재단의 비리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더불어 김희선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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