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시범경기를 마쳤다. 10개 구단의 전력도 베일을 벗고 있다. 그 중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한 5개 구단의 올 시즌 성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교롭게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의 사령탑은 전원 교체됐다. 프로야구 감독의 목숨은 팀 성적에 좌우된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됐다.
올 시즌은 변수가 많다. 신생팀 kt의 등장으로 짝이 맞춰져 기형적 9구단 체제를 탈피하고 10구단 체제를 맞았다. 이로써 지난 두 시즌 동안 각 팀별로 번갈아 찾아오던 휴식기가 사라졌고, 경기 수는 역대 최다인 팀당 144경기로 늘었다. 올 시즌 판도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엇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령탑이 바뀐 5개 구단의 경우 SK와 두산은 상위권, 롯데와 KIA 그리고 한화는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범경기에서는 두산 3위(6승2무4패), 롯데 공동 4위(7승5패), SK 6위(5승3무4패), KIA 7위(5승1무6패), 한화 10위(3승9패)의 순위표가 작성됐다.
◆SK 김용희·두산 김태형 감독, 'PS 단골손님' 명성 되찾아야
SK와 두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이었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두산 역시 2007년부터 2011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가을잔치 티켓을 놓친 적이 없다.
그런 두 팀이 지난해에는 나란히 가을야구의 들러리 역할에 머물렀다. SK는 벌써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삼성이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꾸준한 강자의 면모를 보이는 동안 SK와 두산에는 쇠락의 기운이 짙어졌다. 김용희 SK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는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SK는 대부분의 내부 FA들을 잔류시킨데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유보한 김광현까지 붙잡으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정우람도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박희수와 박정배가 재활 중이고 김강민까지 시범경기 중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하며 복귀까지 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본적인 전력은 탄탄하지만 불펜진이 불안하고 부상자들도 있다. 곳곳에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는만큼 김용희 감독의 지도력이 중요하다. 2000년 삼성 감독 이후 15년만에 1군 사령탑 복귀하는 김 감독이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젊어진 두산은 사령탑에도 젊은 지도자를 앉혔다. 현역 시절 주장을 역임하는 등 무려 22년이나 두산에 몸담았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태형 감독이다.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공격적인 야구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과거 두산의 상징이던 '허슬두 정신'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은 FA 장원준을 총액 84억원에 영입하는 등 구단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기존의 강력한 공격력에 마운드의 높이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노경은, 이현승의 부상 이탈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종운 감독, '등돌린 롯데팬들'에겐 성적이 최고의 선물
롯데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된 끝에 7위에 그쳤다. 부진한 성적과 함께 CCTV 선수단 사찰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겹치며 구단 수뇌부가 교체되는 내홍까지 겪었다.
일련의 사태에 롯데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구단을 향한 시위가 들끓었고 급기야 롯데를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롯데 구단은 팬들의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등돌린 팬들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신임 이종운 감독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팬들이 좋아하실 것"이라며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실망감을 씻어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장원준 등 내부 FA들이 팀을 떠난 가운데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다. 이종운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해 부족한 전력을 한데 모아 싸워야 한다.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시범경기의 기세가 정규시즌까지 이어져야 한다.
◆KIA 김기태·한화 김성근 감독, '약체 체질개선' 가능할까
KIA와 한화는 2년 연속 사이 좋게 8위, 9위에 자리했다. 그리고 이제 10구단 체제를 맞이한다. 사상 첫 10위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는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한다. 두 팀 모두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좋은 성적이 동반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태 KIA 감독은 LG의 암흑기를 끊어낸 전력이 있다. 2013년 LG를 11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시킨 것.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통해 선수단의 전력을 극대화시킨 결과였다. KIA가 김기태 감독을 영입한 것도 LG에서 이뤄낸 성과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비슷하다. 김기태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LG는 전력이 약한 팀이었다. 올 시즌 KIA도 마찬가지. 지난해 8위에 그친 팀이 전력누수까지 심했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것이 위안이 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며 전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한화 사령탑 부임은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제는 김성근 감독이 조련한 한화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범경기 최하위에 그쳤지만 '정규시즌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김성근 감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배영수, 송은범, 권혁 등 FA 투수 3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며 마운드를 대거 보강했다. 이 밖에도 각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끌어모아 선수층이 제법 두꺼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이 든든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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