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김태형 감독 강하게 믿는 이유

[김형태기자] "정말 무서운 주장이었어요. 그래도 따르는 후배들이 참 많아요."

두산 베어스 주장 홍성흔은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전력을 매우 높게 본다. 우승 도전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여긴다. FA 장원준의 합류로 투수진이 크게 좋아졌고, 여러 선수들이 몰라보게 성장했다. "예전과는 달리 모두가 스스로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그래도 올 시즌 두산을 주목하게 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김태형 감독의 부임이다. 25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홍성흔은 "김 감독님은 내가 겪어봐서 잘 안다"며 "내가 전에 포수를 볼 때 제일 윗 선임이셨다. 사석에선 참 편하고 좋은 분이지만 경기장에선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한 분"이라고 했다.

'꾀병'을 용납하지 않았다. "포수를 보다가 공에 맞아 무척 아팠다. 경기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교체를 요구했더니 당시 왕고참이던 김태형 선배가 죽일듯이 노려보며 레그 가드를 챙기더라. 입에서는 온갖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다음날도 몸이 아팠지만 '갑자기 좋아졌다'며 다시 경기에 나섰다."

"감독님이 조용히 한 마디만 하면 선수단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번 캠프에서도 첫 날 '성흔아 애들 이동시 좀 빨리 움직이라고 해라'고 하자 전 선수가 마지막 날까지 뛰어다녔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성흔이 평가하는 김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그러나 다른 데 있었다. "상황판단이 무척 빠르다. 아닌 것 같아도 선수단 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머리가 무척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과 홍성흔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같은 포수 출신이며 두산(OB)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의 신망이 높으며 리더십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처럼 그도 장기적으로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어한다.

"은퇴를 하면 현장에 계속 남아서 좀 더 야구를 배우고 싶다. 요즘은 해설위원으로도 많이 진출하는데, 나는 해설보다는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내가 아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우연히도 이날 '지도자' 홍성흔의 모습을 몇 년 앞서 미리 볼 수 있었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시즌 출정식을 위해 자리를 비운 이날 홍성흔은 선수들의 훈련을 직접 챙겼다. 루츠 등 내야수들의 수비훈련을 위해 펑고를 쳐주고. 선수들의 타격 훈련 시간 등을 체크하며 '플레잉코치' 역할을 스스로 했다.

선수들의 훈련을 도운 뒤 자신의 타격연습까지 마친 그는 덕아웃으로 이동해 이번에는 취재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홍보직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1인3역으로 분주했지만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해는 웬지 느낌이 좋아요. 한국시리즈 진출은 물론 우승도 충분히 노려볼만 한 것 같아요. 여러모로 선수단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올 시즌에는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