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호랑이군단이 숨겨뒀던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개막 2연승, 쾌조의 시즌 출발이다.
KIA 타이거즈는 28일,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을 쓸어담았다. 28일 1차전에서는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3-1로 승리했고, 29일 2차전에서는 필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7-6 역전승을 거뒀다. KIA가 개막 2연전을 모두 가져간 것은 2003년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2연승이 결정된 후 김기태 KIA 감독은 "이것이 KIA의 힘"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에는 올 시즌 KIA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 KIA는 개막 전까지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지만 예상을 뒤엎고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된 LG에게 뼈아픈 2연패를 안겼다.
2연승의 과정이 좋았다. 여러가지 이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김기태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마무리 투수 윤석민은 개막전부터 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잠갔고, 은퇴의 기로에 섰던 베테랑 타자 최희섭은 29일 경기에서 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귀중한 홈런을 쏘아올렸다.
윤석민은 많은 논란 끝에 보직이 마무리로 정해졌다. 팬들은 선발을 원했지만 김기태 감독의 결정은 반대였다. 윤석민의 몸상태와 뒷문이 헐거운 팀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고집스러우면서도 뚝심있는 결정을 내렸다.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팀 성적이 좋아야 한다. 윤석민이 최대한 많은 세이브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출발은 좋다. 윤석민은 28일 개막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장타 2개로 한 점을 내줬지만 9회초에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하며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애초에 우려됐던 부분은 윤석민의 구위가 아니었다. 윤석민에게 얼마나 많은 세이브 기회가 돌아가겠느냐 하는 것이 윤석민 보직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다. 개막 2연전의 분위기라면 윤석민에게는 적지 않은 세이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도 희망적인 요소가 많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최희섭의 홈런이다. 2013년 7월26일 마산 NC전 이후 무려 1년8개월만에 가동한 대포다. 최희섭이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KIA는 그야말로 '공포의 타선'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캡틴' 이범호도 개막전에서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다. 외국인 타자 필은 29일 경기에서만 3점포, 끝내기 투런포를 연거푸 쏘아올리는 폭발적인 화력을 뽐냈다. 나지완도 아직 장타는 없지만 개막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필--나지완-최희섭-이범호로 이어지는 KIA의 중심타선은 벌써부터 상대 마운드를 긴장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달라진 분위기가 KIA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선수들 모두 의욕적으로 경기에 나서며 끈끈한 플레이를 펼쳐보인다. 특히 최용규, 강한울 등 신진 세력들은 찾아온 주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한 듯 죽기살기로 뛰고 있다. KIA는 개막 2연전에서 실책 하나 없이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쳤다. 특히 개막전 승리는 수비의 활약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타선, 수비의 힘으로 리드를 잡고 윤석민을 중심으로 한 불펜의 힘으로 승리를 지켜낸다. 그것이 올 시즌 KIA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물론 아직 선발진에는 물음표가 남아 있다. 이제 겨우 2경기를 치렀을 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막 2연전을 통해서 시즌 전 구상이 하나하나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든든한 원군도 기다리고 있다. 현재 KIA에는 신종길, 차일목, 김진우, 김병현, 서재응 등 각 포지션 별로 대기전력들이 복귀를 기다리는 중이다. 개막 2연승을 통해 반란을 예고한 KIA 타이거즈는 오는 31일부터 인천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3연전을 치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