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족쇄'가 풀린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선수 브렛 필(31)이 펄펄 날았다. 필의 활약에 호랑이군단은 날카로운 발톱을 갖추게 됐다.
필은 지난 29일 LG 트윈스와의 개막 2차전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5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안타 2개가 모두 승부를 뒤집는 역전 홈런이었다. 0-2로 뒤지던 3회말에는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올렸고, 9회말 5-6 상황에서는 상대 마무리투수 봉중근을 역전 끝내기 투런포로 두들겨 팀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KBO리그 2년차 시즌의 출발이 좋은 필이다. 지난해 KIA에 입단하며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필은 타율 3할9리 19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 중 손등에 공을 맞고 당한 부상이 아쉬웠다. 지난해 필은 KIA가 치른 128경기 중 92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외에도 필의 발목을 잡은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마무리 투수였던 어센시오의 존재다. 한국 프로야구는 팀 당 외국인 선수를 3명씩 보유하고 2명만 경기에 내보낼 수 있도록 규정(신생팀은 2년간 4명 보유 3명 출전)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KIA는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등판할 경우 마무리 어센시오의 투입을 고려해 필을 벤치에 대기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KIA의 어센시오 카드는 성공하지 못했다. 어센시오는 지난해 46경기에 등판해 4승1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그러나 블론세이브가 7개(전체 공동 2위)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력이 좋은 필을 벤치에 앉혀야 한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할 경우에 나타나는 딜레마였다.
그러나 올 시즌, 필은 아무런 제약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투수 2명 험버와 스틴슨을 모두 선발투수 감으로 뽑아왔기 때문. 필이 홈런 2방을 때린 29일 경기 KIA의 선발은 외국인 투수 험버였다. 가정이지만 올 시즌 역시 외국인 선수가 마무리를 맡았다면 필의 이런 눈부신 활약을 볼 수 없었을 지 모른다.
팀 사정상 벤치에서 대기하는 경기가 종종 발생하면 컨디션 조절이 힘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필은 "팀만 잘된다면 신경쓰지 않는다"며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필도 시원한 홈런 2방으로 화답하며 좋은 시즌 출발을 알렸다.
김기태 KIA 감독은 필을 3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필의 뒤는 나지완-최희섭-이범호가 받쳤다. 필의 활약에 KIA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배가됐다. 족쇄를 벗어던진 필의 방망이가 2년차 시즌을 맞아 더욱 무서워졌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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