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KIA 타이거즈는 2015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다 국내로 다시 유턴한 윤석민(투수)을 데려오기 전까지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여기에 주전 2루수 안치홍이 경찰청으로 입대를 했다. 지난 시즌 12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3푼9리 18홈런 88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라인업에서 빠졌기 때문에 빈자리는 커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KIA는 더이상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개막 후 6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2승만 더 올린다면 팀 자체 기록인 지난 2003년 개막 후 8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KIA의 상승세 원인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으며 뒷문이 든든해졌다. 팀 평균자책점은 1.67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타선도 제때 터지고 있다. 팀타율과 홈런에서 각각 2할8푼과 8홈런으로 부문 4위와 2위에 올라있다.
선수단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안치홍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는 최용규가 눈에 들어온다. 최용규는 지난 5일 치른 kt 위즈전까지 6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하며 타율 2할8푼6리 2타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없지만 6안타 중 2루타도 2개나 있다.
최용규는 지난 2008년 KIA에 입단해 1군에서 111경기를 뛰었지만 그의 자리는 백업이었다. 안치홍의 입대로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찼고 제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예비역 병장이다. 상무(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을 해결하지 않았다. 일반 사병으로 훈련소에 입소했고 다른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육군 30사단 수색대대에서 복무를 했다.
최용규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군대에서도 야구를 자주 한다"고 웃었다. 장교와 부사관들이 참가하는 사회인리그에 최용규도 나섰다. 사병 중 현역 프로야구 선수가 입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간부들이 그를 '선수'로 활용했다.
최용규는 "상무나 경찰청과 비교하면 턱없는 연습량이었지만 일과시간이 끝난 뒤 캐치볼과 방망이도 휘둘렀다"고 했다. 비상이 걸리거나 대대 훈련 등의 일과가 잡히지 않은 주말에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최용규는 "신경을 써준 선임과 후임병 그리고 간부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1군에서 제 자리를 잡아가는 최용규에게도 방황의 시간은 있었다. 그는 또래 선수들과 견줘 야구를 늦게 시작했다. 빙그레(현 한화)의 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대전구장을 자주 찾았던 그는 야구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최용규가 정식 야구선수를 시작한 것은 공주중 2학년 때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마침 들어간 공주중에 야구부가 있었기 때문에 더 야구를 하고 싶었다. 부모님을 설득했고 1년 뒤 본격젹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공주고 졸업반 당시 그는 처음 좌절을 겪었다. 최용규는 "당시 나름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신인지명에서 내 이름을 부른 구단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동기인 박노민(포수)만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원광대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바깥으로 돌았다. 그는 "4개월 동안 학교를 전혀 가지 않았다"고 방화의 시기를 돌아봤다. 그 때 고마운 스승을 만났다. 김준환 원광대 감독이 자리를 못잡던 최용규를 다시 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최용규는 "그 때 김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집까지 직접 찾아와 야구를 거의 떠났던 내 마음을 돌려놨다. 김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프로선수가 되어서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1군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주전 자리는 멀게만 보였다. 현역병으로 군대까지 다녀와 공백기도 있었다.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팀내 경쟁에서 밀려 이른 나이에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컸다.
최용규는 이번 시즌 소중한 기회를 잡았고 2루를 자신의 자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매 경기가 새로운 느낌"이라며 "항상 새 기분으로 그라운드를 나선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다시 밟는 1군 무대는 그에게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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