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이 반환점을 돌아 도착점을 향하고 있다. 16강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혼돈의 조는 F조다. 다른 조의 경우 꼴찌가 승점 0점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탈락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성남FC가 속한 F조는 대접전이다.
F조는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성남이 승점 7점으로 동률이다. 그러나 승점이 같을 시 승자승을 우선하는 챔피언스리그 규정에 따라 부리람이 1위, 성남이 2위다. 그 뒤를 광저우 푸리(중국)와 감바 오사카(일본, 이상 4점)가 따르고 있다. 성남은 7일 광저우와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는데, 만약 성남이 이겼다면 16강 문 앞까지 갈 수 있었다.
성남이 시민구단 최초로 16강 진출을 이뤄낼까. 해답은 팀을 이끄는 김학범 감독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 감독은 밀고 당기기의 고수다. 특유의 카리스마가 나이를 먹으면서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한 번 불같이 밀어붙이면 그 누구도 김 감독의 열정을 잠재우기 어렵다.
광저우전에서 김 감독은 뒷문을 걸어잠그지 않고 거세게 압박했다. 황의조를 원톱으로 세웠다가 후반에는 김동섭, 조르징요 등을 넣으며 공격 방법을 바꿔 집요하게 골을 노렸다.
세 명의 공격 자원은 모두 포지션 경쟁자다. 황의조가 원톱으로 박히니 기존 원톱이었던 김동섭이 교체 요원으로 밀려버렸다. 이는 김동섭에게 훌륭한 자극제다. 외국인 선수 역시 국내 선수보다 기량이 떨어지면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날 경기 무승부 후 김 감독은 "수비는 잘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공격이 아쉽다. 김동섭, 황의조, 조르징요, 김성준이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라며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질책했다. 홈에서 승리가 꼭 필요했는데 무득점 무승부는 아쉽다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의 속마음은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서 더욱 구체화됐다. 교체로 나선 김동섭을 거론하며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주며 기다렸다. 올 시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황)의조가 골도 넣고 잘하고 있어 내게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면 (주전으로 출전하기) 힘들 것이다"라며 자극했다.
황의조에 대해서도 마냥 칭찬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힘이 너무 들어갔다. 자신이 못하면 위축돼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런 패배의식은 버려야 한다"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이날 황의조는 전, 후반 무려 6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나온 기록이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힘을 빼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찬스도 더 많이 만들고 골도 가능하다.
선수들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 감독의 태도다. 이전 성남 지휘봉을 맡았던 시절에는 김 감독은 실수가 잦은 선수는 가차 없이 기회를 주지 않는 등 냉정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강원FC 등 하위권 팀을 거치면서 부드러워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시즌의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데 질타를 하면 더 힘들어한다"라며 무조건 몰아붙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부드러워진 김 감독의 변화는 성남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성남 관계자는 "김 감독이 정말 선수들에게 농담을 많이 하는 등 훈련 분위기를 밝게 연출한다. 익히 들어왔던 불같은 지도자라는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더 집중한다"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를 동일한 힘으로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구단 입장에서 챔피언스리그 16강 이상의 성적은 새역사라는 점에서 그리 큰 부담은 없다. 선수들의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는 김 감독의 팀 운영이 어떤 성과를 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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