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10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한 팀에서 줄곧 뛰었다.
삼성화재의 연속 우승 독주를 막는 기쁨도 맛봤다. 물론 좋은 일만 계속된 건 아니다. 2005-06, 2006-07시즌을 제외하고 언제나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인하대를 졸업한 뒤 프로 출범 이전 실업 시절이던 지난 2003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던 권영민이 신상에 큰 변화를 맞았다.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LIG 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현대캐피탈과 LIG 손해보험은 9일 권영민과 노재욱·정영호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트레이드 사실이 알려진 후 권영민은 "선수생활 마지막에 찾아온 또 다른 기회인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권영민은 '조이뉴스24'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막상 정들었던 팀을 떠나게 돼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영민은 이번 시즌 부침이 많았다. 시즌을 앞두고 오프시즌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팀 주장 자리를 맡으며 의욕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그도 팀도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는 "이상하게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며 "그러면서 내 스스로가 위축됐다. 돌이켜보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고 돌아봤다.
시즌 도중 벌어졌던 한국전력으로 임대 이적 파동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선수이적 규정에 따라 없던 일이 됐지만 권영민에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솔직히 안 힘들었다고 말하진 않겠다"며 "팀 성적도 V리그 출범 후 가장 좋지 않았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 정규리그가 끝난 뒤 가족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현대캐피탈로 이끌었던 김호철 전 감독과 대화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권영민은 "김 감독이 팀을 떠나시기로 결정을 내린 뒤에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가졌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 전 감독은 권영민에게 '선수생활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얘기를 건넸다. 그는 "감독님의 말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권영민은 트레이드를 통해 자신에게 '두 번째 기회'를 마련해준 구단에 대해서도 "미안한 생각도 들고 섭섭한 마음도 있다"며 "무엇보다 2006-07시즌 이후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시 차지하지 못한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아쉬운 점을 털어놓았다.
그는 "새로운 팀에서 적응을 잘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현대캐피탈 시절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강성형 감독과 김경훈 코치가 LIG 손해보험 코칭스태프로 있기 때문이다.
권영민은 자신의 이적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다. 휴가기간이었지만 그는 지난 5일 천안에 있는 현대캐피탈 선수단 숙소와 전용체육관이 있는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찾았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운동을 했다.
권영민은 구단 관계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만약 트레이드가 결정된다면 발표 당일이 아닌 그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달라고 전했다. 현대캐피탈은 트레이드 공식 발표가 있기 이틀 전 권영민에게 LIG 손해보험행을 알렸다.
권영민은 공식 발표가 나기 전날까지 천안 숙소에서 운동을 했다. 함께 뛰던 동료에서 현대캐피탈 사령탑이 된 최태웅 감독도 권영민을 직접 찾아 "열심히 뛰고 코트에서 다시 보자"는 덕담을 건넸다.
권영민은 "(최)태웅이 형이 감독으로도 현대캐피탈을 잘 이끌 걸로 본다"며 "감독이라는 호칭이 아직 어색하고 나 또한 팀을 떠난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현대캐피탈과 LIG 손해보험 모두 내년 봄 배구에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뒤 강성형 LIG 감독도 권영민에게 연락을 했다. 강 감독은 "부담 갖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권영민은 자신의 땀과 노력이 깃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반납하고 숙소를 나왔다. 가족과 함께 짧은 휴가를 보낸 뒤 오는 13일 LIG 손해보험 선수단에 합류,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2015-16시즌 준비를 시작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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