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5회말 롯데 공격 때 한화 세 번째 투수 이동걸이 던진 공이 타석에 있던 황재균에게 맞았다. 황재균이 타석을 벗어나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고 이 과정에서 양팀 덕아웃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왔다.
다행히 더 큰 충돌이나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았고 경기는 다시 진행됐다. 이동걸은 구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아 그라운드를 떠났다.
황재균이 몸에 맞는 공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이유는 있다. 그는 앞선 4회말 타석에서도 한화 두 번째 투수 김민우가 던진 공에 몸을 맞았다. 또한 이날 롯데 정훈도 첫 타석과 네 번째 타석에서 역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사구가 4개 나왔는데 모두 롯데 타자들이 맞은 것이다.
몸에 맞는 공의 고의성 여부를 확실히 가려낼 순 없는 노릇이지만 롯데로선 감정이 충분히 상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롯데와 한화는 3연전 첫 경기부터 충돌 조짐이 있었다.
10일 경기에서 롯데가 한화에게 8-2로 앞서가고 있던 6회말, 2루 주자가 3루로 도루를 했다. 이를 두고 경기 후 양팀 주장인 최준석(롯데)과 김태균(한화) 사이에 가벼운 언쟁이 있었다.
12일 경기에서도 롯데가 7-0으로 리드하고 있던 1회말 1루 주자가 2루 도루를 했다. 두 차례 모두 도루를 시도해 성공한 선수는 공교롭게도 황재균이었다.
황재균과 롯데 입장에선 이에 대한 '보복성 빈볼'이라고 느낄 법했다. 반대로 한화 입장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는 팀이 도루를 자제하는 야구계의 일종의 '불문율'을 롯데가 먼저 깨뜨렸다고 느낄 수 있다. 큰 점수 차를 몇 점으로 보느냐는 사실 애매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롯데와 한화의 이번 '빈볼 시비'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예전에 일어났던 '빈볼 시비'는 대부분 그라운드 안에서의 충돌로 마무리된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12일 경기가 끝난 뒤 "한화와 올 시즌 10경기가 더 남아있다"고 말하며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그 전까지는 상대의 빈볼성 투구에 비공식적으로 불만 제기를 하면서 넘어가곤 했으나 이 감독처럼 공식적으로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감독의 이런 불만 표출에 김성근 한화 감독은 벤치의 지시에 의한 빈볼이 아니었는데 롯데 측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 간 빚어진 빈볼 시비에 양팀 사령탑이 이렇게 감정 싸움을 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한화는 10일 경기를 아깝게 패했다. 2-8로 끌려가던 경기를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따라잡아 8-8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11회초 김태균의 솔로포로 9-8로 역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으나 곧바로 연장 11회말 롯데 장성우에게 끝내기 재역전 투런포를 맞고 9-10으로 졌다.
11일 경기에서는 한화가 4-1로 이겼지만 12일에는 초반부터 실점이 계속됐고 결국 3-15로 졌다.
한화는 최근 두 시즌 동안 롯데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3시즌에는 상대전적에서 2승 14패로 크게 밀렸다. 지난해에는 좀 더 많은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6승 10패로 여전히 열세였다. 올 시즌 롯데와 치른 첫 맞대결에서도 1승2패로 '위닝시리즈'에 실패했다.
롯데와 한화은 오는 5월 1일~3일 대전구장에서 다시 만난다. 이번 빈볼 시비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양 팀의 두번째 맞대결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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