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적장을 퇴장시킨 LG 트윈스 문선재의 신들린 듯한 주루 플레이. 공식 기록은 도루가 아닌 도루실패였다.
문선재는 지난 1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2-5로 뒤지던 7회말 대주자로 투입됐다. 무사 1루의 찬스. 한 점이 절실했던 LG로서는 문선재의 빠른발이 추격의 동력이 돼주길 기대했다.
기대대로 문선재는 양석환의 타석 때 양현종이 초구를 던지려는 순간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양현종의 투구는 포수가 아닌 1루로 향했다. 문선재는 견제구에 걸리며 꼼짝없이 아웃될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이후 상황은 이미 알려진대로다. 망설임없이 2루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나간 문선재는 2루 베이스 앞에서 속도를 죽인 뒤 KIA 2루수 최용규의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이에 김기태 KIA 감독은 문선재가 3피트 라인을 벗어났는데도 세이프 판정을 했다며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등 격렬한 항의를 한 뒤 퇴장 명령을 받았다.
김 감독의 항의와 퇴장이 워낙 이슈화돼 주목받지 못했을 뿐, 문선재의 주루 플레이는 박수받을 만한 장면이었다. 3피트 라인 이탈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문선재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은 것이 아쉽긴 했지만, 재치있게 태그를 피해 아웃될 위기를 넘기며 찬스를 이어나간 문선재였다.
그러나 문선재의 플레이는 도루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날 경기 기록을 맡은 김영성 KBO 기록위원은 16일 전화통화에서 "현장 판단으로는 타이밍상 아웃으로 봤다"며 "아웃 타이밍이었는데 1루수 필의 송구가 투수 쪽으로 치우쳐 문선재가 태그를 피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송구가 정확하게 연결됐다면 문선재가 태그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1루수 필에게는 송구 실책이 주어졌고, 문선재의 주루 플레이는 도루가 아닌 도루실패로 기록된 것이다. 흔히 포수의 2루 송구가 빗나가는 경우에는 그대로 도루가 인정되지만, 이는 포수 포지션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도루 기록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공식 야구규칙 10조 8항에는 '견제구에 의해 런다운 플레이에 걸린 주자가 아웃당하지 않고 수비 측의 실책 없이 다음 베이스에 진루하였을 경우 도루를 기록한다'고 명시돼 있다. 런다운 중에도 주자의 재치로 다음 루까지 진루에 성공한다면 도루를 인정하는 것. 하지만 수비 측의 실책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번에 문선재가 2루에서 세이프될 수 있었던 것은 1루수 필의 송구 실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록원이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문선재의 올 시즌 첫 번째 도루 시도는 성공이 아닌 실패로 기록됐다. 살짝(?) 빗나가는 송구를 한 필은 시즌 1호 실책을 기록하게 됐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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