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전북 현대의 무패 행진이 마감됐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에서 22경기 연속 무패 행진(17승5무)을 달리며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무패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FA컵(지난해 성남과의 FA컵 승부차기 패배 공식 기록은 무승부)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2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이후 전북은 패배를 잊은 팀이었다.
그런데 전북이 9개월 만에, 28경기 만에 패배를 당했다. 22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E조 5차전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졌다. 전북은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는 등 수비가 무너졌고, 후반 이동국의 2골로 매섭게 추격했지만 끝내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이번 패배로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첫 패배를 당한 전북은 2승1무1패, 승점 8점으로 E조 2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가시와가 승점 11점으로 E조 1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전북은 가시와와의 역대 전적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며 1무5패라는 열세를 이어가야 했다.
경기 후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에 대해 최강희 전북 감독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수들이 극복을 해야 한다. 두 대회를 병행하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준비를 잘해야 한다. 연패를 하면 안 된다. 그대로 끝났으면 심리적으로 쫓겼을 텐데 (두 골) 만회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 새롭게 준비하겠다"며 무패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K리그 최강에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의 시즌 첫 패배. 전북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은 완벽한 팀으로 나아가려는 팀이다. 전북도 약점은 있고, 전북도 패배할 수 있다. 최강이라는 전북 축구도 결국 로봇이 아닌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무패 가도를 달리던 중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팀이 모든 경기를 잘 할 수는 없다. 못할 때도 있다. 체력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환경에 따라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모든 경기를 잘 할 수는 없다. 모든 경기를 잘 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 축구를 하는 것이다. 뮌헨도 바르셀로나도 진다. 잘 하는 경기를 최대한 늘리고 잘 못하는 경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잘할 때와 못할 때 갭을 줄여야 한다. 전북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북도 질 때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 다음 경기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말대로 전북은 잘 하지 못하는 경기 한 경기를 가시와전에서 했을 뿐이다. 일주일에 3경기를 소화하는 살인 일정 속에 일본 원정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무패 행진이 깨졌지만, 이는 전북이 정상으로 향하려는 과정 중에 하나다. 게다가 무기력한 패배가 아니었다. 후반 이동국의 2골로 추격하며 전북의 저력을 엿보인 경기였다.
따라서 이번 패배는 크게 걱정할 필요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최 감독이 언젠가는 겪게 될 것이라 예상했던 구상 속에 들어 있었던 1패일 뿐이다.
이제 전북에게 중요한 것은 다음 경기다. 최 감독은 한 경기 미끄러지더라도 다음 경기에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패는 위험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팀의 절대적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연패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은 이번 가시와전 패배로 무패 행진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냈다. 그리고 다시 무패 행진을 시작하면 된다.
K리그에서 전북의 무패 행진 신기록은 진행형이다. 전북은 오는 26일 전남과 호남더비를 치른다. K리그 23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 도전한다. 또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반전의 기회는 있다. 오는 5월6일 전북은 산둥 루넝과 E조 조별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복잡한 계산은 필요 없다. 홈 경기고 승리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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