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펼치는 '믿음의 야구'가 날갯짓을 시작했다.
KIA는 지난 23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7-6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초까지 2-6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9회말 필이 동점 만루포를 쏘아올렸고, 이홍구가 끝내기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 감독이 밀어붙인 뚝심있는 선수 기용이 발판을 놓은 역전 끝내기 승리였다. 이날 김 감독은 부진에 빠져 있는 나지완을 계속해서 4번 타순에 배치했다. 나지완은 앞선 5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의 긴 침묵에 빠져 있었지만 김 감독은 나지완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나지완은 첫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하며 부진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0-5로 뒤지던 6회말 적시타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9회말에는 6-6 동점을 이룬 뒤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끝내기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나지완의 성적은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끝없는 믿음을 보여준 김기태 감독을 흐뭇하게 만든 성적이었다.
김 감독의 믿음은 무명의 신인 김호령에게도 향해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 2타석(2타수 1안타)을 소화한 것이 전부인 김호령을 톱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킨 것. 간판타자 김주찬의 부상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호령은 첫 타석 헛스윙 삼진을 시작으로 세 번째 타석까지 범타에 그쳤다. 장기인 수비에서도 야간 경기에 적응이 덜 끝났는지 불안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김호령을 끝까지 그라운드에 세웠다.
그러자 김호령은 7회말 첫 안타를 때려냈고, 9회말 무사 2루에서는 좌전안타를 쳐 필의 동점 만루홈런의 디딤돌 역할을 해냈다. 김호령은 프로 첫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톱타자로서도 손색없는 성적이었다.
이홍구의 활약에도 눈길이 쏠린다. 3년차 포수인 이홍구는 부상으로 빠져 있던 차일목이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며 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였다. 이성우와 함께 포수 3명을 엔트리에 두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김 감독은 이홍구의 타격 능력을 믿고 그대로 1군에 잔류시켰다.
결국 이홍구는 대타로 출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로 뒤 2루타를 만들어내 대역전극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를 끝낸 것도 이홍구. 타자일순 뒤 돌아온 9회말 두 번째 타석 2사 만루에서 롯데 홍성민의 투구에 팔꿈치를 슬쩍 맞고 밀어내기 끝내기 타점을 올린 것이다.
김 감독의 믿음은 단순히 몇 경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은퇴 직전까지 갔던 최희섭의 재기를 이끈 것도 다름아닌 김 감독의 믿음이었다. 개막 6연승 뒤 부진한 성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김기태 감독이 펼치는 믿음의 야구는 KIA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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