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하루하루 행복해요."
이재우(두산)는 요즘 야구가 즐겁다. 15년 경력의 프로 베테랑인 그이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재밌기는 처음이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외로운 위치, 그래도 힘내는 건…
지난해의 방황을 뒤로 하고 중간계투로 올 시즌을 맞이 한 그는 야구에 새롭게 눈을 떴다. 타자가 꼼짝 못하는 '마구'를 개발했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다. 투수 최고참으로서 어린 후배들을 바라보며 야구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싹텄다.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해요. 내 어린 시절, 어려웠을 때의 장면이 떠올라서 느낌이 새로워요. 한 때 잊었던 열정을 이 친구들 덕분에 되찾고 있어요."
다사나단했던 지난해를 마친 뒤 이재우는 속으로 칼을 갈았다. 큰 뜻을 품고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딛은 게 21세이던 2001년. 어느덧 35세 고참이 됐다. 리그에서 손 꼽히는 중간계투로 이름도 날려봤고, 불펜투수로는 최초로 2억대 연봉도 손에 쥐어봤다.
잘 나가던 시기도 잠시. 2010년 오른 팔꿈치 인대에 2번째 '칼'을 댔고, 기나긴 재활을 거쳐 2012년 시즌 막판 컴백했다. 2013년 30경기(선발 11경기)에 나서며 재기에 성공하더니 지난해 여러가지 이유로 11경기(9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투수진이 재편된 올 시즌 자신의 자리였던 중간계투로 '원위치'했다. 매일 불펜에서 대기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그는 야구를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고 한다.
"한때는 엄한 선배 노릇도 해봤어요. 야구가 잘 될 때는 그저 나 혼자 잘나서 그런줄 알았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며 '해보자'고 의기투합할 때 결국 팀 성적도 잘 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올 시즌은 참 희망적이에요. 선수들이 해보자는 의지가 대단하거든요."
◆긍정의 힘으로 재무장
이재우는 간간이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의지했던 선배, 동료, 가까운 후배들이 최근 몇 년간 우루루 팀을 떠났다. 투수진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중책이 그에게 주어졌다. 한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투수조장 (이)현승이가 참 잘 해요. 나처럼 괄괄하지 않고 차분해서인지 티 나지 않게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끄는 능력이 탁월해요. 지금 재활중인 (노)경은이도 그렇고. 참 좋은 친구들이죠."
팀의 고참이자 주축 중간계투 중 한 명으로서 이재우는 올 시즌 순항하고 있다. 9경기에 나서 WHIP(이닝당 출루허용) 1.19로 관록을 보여주고 있다. 피안타율 2할1푼6리로 상대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볼넷(6개)과 평균자책점(5.02)이 다소 높은 게 흠이지만 이제 14.1이닝 투구만 한 만큼 시즌을 치르다보면 수치는 얼마든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우의 목표는 소박하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야구를 하는 것이다.
"힘 닿는 데까지는 해볼 생각이에요. 후회가 들지 않도록 마운드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어요. 한때는 술도 참 많이 마셨는데, 요즘은 입에도 안 대요. 몸이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더라고요. 우선 내 몸부터 챙겨야 뭐를 해도 하지 않겠어요."
긍정의 힘으로 새롭게 무장한 이재우가 힘차게 뛰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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